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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도 하는 변호사 Jan 31. 2024

도도는 집에 있어요.

집육아 이야기

도도가 낮잠을 자고 있었던 평일 오후 3시, 핸드폰이 울렸다.

"지 이이이 잉"

"여보세요"

전화를 받으니 친절한 목소리가 핸드폰으로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도도 어머님이신가요? 다 좋아 어린이집이에요. 어머님이 우리 다 좋아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 놓으셨더라고요. 마침 돌아오는 3월, 도도가 입학 순번에 해당하네요. 그래서 연락드렸습니다."

도도 18개월 무렵, 순둥이 도도의 갑작스러운 떼에 혼이 탈탈 나가 있었을 때였다. 더 이상 하루종일 도도와 같이 있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난히 떼가 많았던 그때, 매일 같이 조금만 버티자, 조금만 버티자를 되뇌었다. 그렇게 조금만 버티다 도도가 24개월이 되는 내년 3월 도도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도 자유를 찾겠다고 결심했다.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집 앞이 최고라는 말에 집 바로 앞에 있는 다 좋아 어린이집에 입소 신청을 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이고, 원장 선생님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모두 좋다고 소문이 나 있다. 지역 맘카페에 검색해 보니 글쓴이 어머니는 아이가 세명인데 다 좋아 어린이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첫째, 둘째, 셋째까지 모두 다 좋아 어린이집에 다녔다고 했다. 다른 글쓴이 어머니는 다 좋아 어린이집은 밥도 맛있게 잘 나와 집에서보다 밥을 더 잘 먹는다고 했다. 칭찬 일색인 글들을 보니 집 앞에 있는 다 좋아 어린이집에 도도가 다니기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이집 입소를 신청하면서 23년 3월에 입학을 희망한다고 적었지만 도도 대기 순번이 뒤에 있어 23년 9월이 되어서야 다 좋아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어린이집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화를 주신 원장 선생님은 도도가 3월부터 새로 입학하는 친구들과 등원을 하고 어린이집 생활을 하면 된다고 하셨다.


사실 도도가 질풍노도 시기를 겪던 18개월에는 떼쟁이 도도가 어린이집에 가면 속도 편하고 나만의 시간생긴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하지만 막상 어린이집 3월부터 등원하라는 연락을 받으니 마음이 이상했다. 생각한 것처럼 마냥 즐겁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마음과 뒤숭숭한 마음이 앞섰다. 나에게 분리불안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태어난 지 일 년이 넘었다고 떼도 쓰고 자기 고집대로 하려고 하는 도도지만 여전히 어린 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 지나면 많이들 어린이집에 보내는 추세라 이런 마음이 걱정이 많은 내 성격 인지 도도가 정말 어려서 인지 알 수 없었다. 남편 역시 도도 지금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좋을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남편과 나 둘 다 언제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정답을 알 수 없다. 결국 정답을 모르는 우리는 주변에 다른 아기들도 잘 다니고 있고, 어린이집에서도 연락이 왔으니 일단 보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린이집에 그냥 입학해 다니면 될 줄 알았지만 마냥 간단하지 않았다. 어린이집 입학이 확정되면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아이들이 입학 후 어떻게 어린이집 생활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어린이집 입학을 위해 여러 가지 서류들, 맞벌이 증빙서류 및 예방접종 확인서 등등의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했다. 그렇게 사전 절차를 마치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응기간을 갖게 된다. 특히 도도와 같이 어린 아기들은 15일 동안 엄마와 같이 어린이집에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하셨다. 이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들이 어린이집이 친근하고 재미있는 곳이라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두툼한 서류 제출을 마쳤다. 3월 벚꽃이 피어나기 전 바람이 조금 차가운 봄날, 도도와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자기 보다 큰 가방을 메고 가는 도도를 보고 웃으셨다. 도도와 나는 다 좋아 어린이집에서 15일 동안 적응 기간을 가졌다. 도도는 나와 함께 15일 동안 어린이집에 같이 등원해 놀다 같이 하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도는 어린이집에 있는 새로운 놀잇감과 친구들이 신기한지 울지 않고 재미있게 잘 놀아 주었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하는 적응기간 15일이 지났다. 이제부터는 엄마 없이 도도 혼자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른 아기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원장 선생님은 적응 기간 15일을 마무리하며 3월 한 달 내내 어린이집에서 떠나갈 듯 우는 아이 울음소리가 많이 들릴 것이라 말하셨다. 그렇지만 엄마와 떨어지고 많이 우는 아이가 나중에 더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다만 엄마가 마음 아플 수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 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리고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져 우는 소리를 듣게 되괜히 마음이 아플 수 있으니 등원 후 가능한 어린이집에서 멀리가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해 주셨다. 원장 선생님 말씀대로 나와 다른 아기 엄마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다. 하지만 엄마와 떨어져 우는 아기를 선생님 품에 안겨두고 뒤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도는 엄마와 헤어질 때 생각했던 것보다 덤덤했다. 3일 정도는 엄마에게 손까지 흔들어 주며 헤어졌다. 엄마 껌딱지였는데 생각보다 도도가 어린이집에 씩씩하게 적응하는 모습에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어린이집에 순순히 들어가던 도도가 돌변했다. 더 이상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 했다.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 아침밥도 먹고, 옷도 입고 씻기도 해야 하는데 도도는 자꾸 집에 있겠다고 했다. 그렇게 옷을 입히려면 도망가고 도도와 한참을 실랑이를 하며 겨우 옷을 입혀 어린이집 앞에 도착하면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울었다.


도도 담임 선생님적응 기간이라 그렇다고 너무 걱정 마시고 가시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도도는 "싫어, 싫어."라고 외치며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선생님에게 안겨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 안에서 도도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적응기간이라 그렇다는 선생님 말을 가슴에 꽉 품고 어린이집을 나왔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다 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3월 달력이 넘어가고 온 동네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무렵 도도는 아프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가기 전에는 병원을 한번 안 갔었는데 이제는 매일 같이 병원을 갔다.  어떤 날은 감기에 걸려왔다. 고열이 4일 넘게 지속되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병원을 다니며 항생제를 계속 었다. 그렇게 약을 먹으며 괜찮아졌다. 그리고 다시 어린이집에 갔다. 그렇게 어린이집에 이틀 정도 가고 나면 또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되다. 낮부터 오르기 시작한 열은 39.8도에서 40도를 왔다 갔다 했다. 밤새 고열에 기침을 하던 도도는 기침과 함께 이불에 토하고, 또 잠이 들었다가 기침을 하다 토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이른 아침 병원 문이 열자마자 달러가 보선생님께서 감기와 토장염 증상이 섞여 나타나는 바이러스라고 말씀하셨다.  외에 수많은 바이러스가 도도를 스쳐갔다.


도도가 어린이집에서 가져온 바이러스는 40대에 접어들었거나 40대가 가까워 면역력이 걱정되는 아빠와 엄마에게도 손을 뻗다. 도도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엄마와 아빠가 급격하게 아픈 날들이 지속됐다. 엄마는 도도에게 장염을 옮아 새벽에 일어나 구토를 했고, 설사 계속되었다. 바깥일에 지쳐 돌아온 아빠는 도도가 가져온 여름 감기에 걸려 따뜻한 4월에 독감으로 2주일간 고생을 했다. 그리고 또 아팠다. 도도가 어린이집에 다니고부터 가족 모두에게 바이러스가 도돌이표처럼 돌고 돌았고 다들 계속 아팠다. 도도와 나, 남편은 어느새 도도가 다니는 소아과 단골이 되어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도 의사 선생님도 우리 가족을 잘 알았다.


4월과 5월이 되어서도 도도는 계속 아팠다. 그중에 며칠은 아프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했지만 도도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쉽지 않았다.


"도도야, 이제 어린이집에 들어가자." 내가 말했다.

"엄마, 저기 한 바퀴만 돌고." 도도가 간절히 말했다.

"그래, 그럼 저기 딱 한 바퀴 만이야." 할 수 없다는 말투로 내가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 바퀴는 두 바퀴가 되었다.

"도도야, 이제 들어가야지. 약속한 한 바퀴 끝났잖아." 기다리다 못해 조금 화가 난 말투로 내가 말했다.

"응." 도도가 의외로 순순히 대답다.


그렇게 도도는 내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 앞에 지난밤에 왔던 비가 고여 생긴 물웅덩이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도가 물이다! 를 외치며 물웅덩이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물웅덩이 속으로 철퍼덕 넘어져 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앙" 넘어진 도도가 울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서 물웅덩이에 넘어진 것인지, 달리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전자라는 꾀를 쓰기에 도도는 아직 어렸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도도 옷이 물에 모두 젖어 버렸다. 이대로는 어린이집에 갈 수 없었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두 시간을 도도와 실랑이하던 나는 지치기도 지친 상태였는데, 결국 흙탕물에 빠져버린 도도를 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도도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도도를 씻기고 옷을 입히니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도도는 그렇게 어린이집 가는 것을 싫어했다. 도도 친구 우정이는 아침에 일어나 어린이집에 빨리 가자고 조른다고 했다. 하지만 도도는 우정이가 아니었다.


"도도야, 어린이집 가는 게 왜 싫어?" 내가 슬며시 물었다.

"엄마가 없잖아." 도도가 당연한걸 왜 묻냐는 얼굴로 대답한다.

"어린이집에 갔다가 와서 엄마 만나면 되잖아." 짐짓 침착한 어조로 내가 다시 말했다.

"엄마가 나를 어린이집에 놓고 가면 엄마가 없어. 그럼 엄마가 보고 싶어." 도도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도도는 아직 어리니까 엄마가 보고 싶은 것이 당연했다. 어린이집에서 도도가 선생님에게 엄마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결국 도도는 다니던 어린이집을 그만두었다. 도도가 어린이집을 그만두던 날 어린이집에 도도 짐을 가지러 도도와 함께 갔다.

"선생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이렇게 그만두게 되어서 죄송해요." 적응을 힘들어하던 도도를 많이 신경 써주셨는데 그만두게 되어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도도야, 이쪽으로 와서 선생님께 인사하고 가자." 내가 말했다.

하지만 도도는 어린이집 문턱에 들어오는 것도 싫어했다. 결국 도도는 멀리서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신나게 뛰어갔다. 도도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도도가 어린이집에 갈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집으로 다시 돌아온 도도는  밥도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나와 남편 도도가 어린이집을 그만둔 이후 건강을 되찾았다. 사실 어린이집 퇴소를 결정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했었다. 어린이집 적응은 원래 힘든 과정이고, 많이 아프기도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말하며 어린이집 퇴소를 만류하는 분들도 계셨다. 또 지금 어린이집에 안 보내더라도 나중에 보내게 될 때 어차피 똑같이 아프니까 아픈 것으로 그만두면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아이가 아프다고, 어린이집을 거부한다고 어린이집을 퇴소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라는 생각을 다. 하지만 아이의 성향에 따라 사회생활에 무리 없이 적응하는 경우도 있고,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아이마다 모두 달랐다. 결국 어린이집을 언제 보낼 것인가에 정답은 없었다. 도도는 아직 엄마와 함께하고 싶어 했고, 지금은 집에서 엄마와 노는 것이 재미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도도는 집에서 엄마와 별일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따르르르릉"

"어머님, 24년 3월에 입소 신청하셨지요? 도도가 입학 순번에 해당해서 연락드렸어요."

이제 곧 36개월에 접어드는 도도에게 2024년 3월부터 어린이집에 가겠냐고 물었다.

"엄마, 나는 어린이집 가기 싫어요. 집이 좋아요."도도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대답한다.

도도 언제 어린이집에 가게 될나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날이 겠지.

<시원하게 요구르트 먹는 도도>



*이미지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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