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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도 하는 변호사 Feb 14. 2024

선물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았던 선물을 받 되면 우리는 그 마음이 고마워 웃음 짓게 된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선물 같은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것은 삶이 우리에게 전해 주는 지만 따스한 순간순간들이다.  시간들은 상살이로 차가워져 버린 리의 가슴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데워 . 우리는 그렇게 며시 데워진 가슴으로 남은 오늘을 살아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출근길 속에서  닫히려는 문을 살며시 잡아주는 앞서가는 이의 친절함, 멀리서 들리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며 기다리는 어떤 이의 배려를, 이른 아침 카페 사장님이 넌지시 묻는 안부 한마디, 나른한 오후 동료가 전해 주는 차 한잔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이런, 이런 너무 팍팍한 세상이잖아!'라고 외치던 우리 마음 ', 그래도 조금 따뜻한 세상이네.' 하며 둥그레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도 오늘은 괜찮은 하루였다고 말하 잠시 웃음 짓게 한다.


육아를 하 삶 속에서 전해받았던 반짝이는 낯선 이들이 건넨 선물들을 기억한다. 육아에 지쳐 울적한 마음을 다독여 주었던 누군가의 배려와 친절을 기억한다.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감사한 마음을 듬뿍 담아 길거리에서, 마트에서, 식당에서 그 어디에선가 처음 보는 이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응원을 떠올려본다.


선물 1. "괜찮으니 천천히 하세요"

얼마 전 도도와 집 근처 도서관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집 근처 도서관은 도보로 20분이지만 혹시 몰라 유모차를 가지고 가게 되었다. 도도는 내 손을 잡고 조금 걷 말했다.

"엄마, 유모차 탈래요."

"그래, 그러렴. "내가 말했다.

유모차를 타고 가겠다는 도도를 번쩍 안아 유모차에 태우고 벨트를 채운 후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20분을 걸어 도서관에 도착했다. 이제 유모차를 주차해 두어야 한다. 유모차 주차장은 도서관 출입구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주차장이라고 하니까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유모차 2대를 세울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다.


 여하튼 도서관 안쪽에 있는 유모차 주차장에 가기 위해서는 도서관 문을 지나가야 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도서관 문 유난히 무거운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다. 래서 혼자서 문을 열고 들어 갈 때도 끄응하고 문을 밀고 들어가야 했다. 따라서 유모차를 밀면서 문을 열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평소 도도와 유모차를 가지고 도서관에 갈 때면 먼저 도서관 문을 열어 놓유모차를 옮긴 후 다시 열어둔 문을 닫고 도서관으로 들어.


그날도 평소와 같이 도서관 문을 낑낑 거리며 열어 놓은 후 도도가 탑승한 유모차를 옮기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을 열기 전 문 안쪽에 나오려던 학생이 나와 유모차에 앉은 도도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유모차가 도서관으로 들어오기 수월하도록 문을 안쪽으로 주었다.

"아이코, 고맙습니다." 나는 예상하지 못한 배려에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섞어 학생에게 고맙다말을 전했다. 그리고 문을 오래 잡고 있는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허둥지둥 유모차를 도서관 안으로 옮기려 했다. 서두르는 모습이 눈에 보였던지 문을 잡고 있던 학생이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서두르지 마시고 유모차 천천히 옮기셔도 괜찮아요."


도도와 나는 친절한 학생의 배려로 편안히 도서관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우리가 지나간 후 문을 닫고 나가던 학생의 뒷모습을 조금 길게 바라보았다. 맑은 인상의 학생으로부터 건네받았던 따스함을 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선물 2. 오그르르. 까꿍!

도도와 둘이 비행기를 타고 서울 친정집에 갔었을 때 일이다. 당시 도도는 26개월 아기였다. 조용하고 소박한 동네에서 평화로운 인생 26개월을 보내온 도도에게 서울꽤나 복잡하고 시끄럽게 느껴졌다. 비행기 안을 메우는 소음에 도도는 불안함이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도도는 비행기에서 내려서도 연신 나를 두 팔 벌려 안아줘를 외쳤다. 하지만 친정집에 가려면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여정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도도를 안은 상태로 갈 수는 없었다. 도도를 달래고 달래 유모차에 앉히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도도가 사는 동네는 지하철이 없었기에 도도는 인생 26개월 차에 처음 지하철을 만나게 되었다. 래서 서울 여행을 계획할 때 비행기에서 내린 후. 지하철로 1시간을 이동하는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지하철 안에서 1시간 동안 도도가 지루해 할 수도 있고 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하철 외에 다른 이동수단이 없었다.  


"OO행 열차가 들어옵니다. 손님 여러분 께서는 안전 선 안으로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열차가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쑤우우우우우웅웅" 굉음을 내며 열차가 들어왔다.

괜찮은가 싶어 도도의 얼굴을 살피니 이미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안내 방송이 시작될 때부터 도도는 겁에 질려 있었다. 그리고 열차가 들어오는 굉음을 듣고는 울음을 터뜨릴까 말까 고민하는 듯 보였다. 열차가 멈추자 유모차를 밀열차에 올라탔다. 공항을 지나는 열차라  그런지 이미 열차 안 승객들 가득 차 있었다. 고개를 돌려 요리조리 살펴 사람들이 좀 덜 붐벼 보이는 곳으로 갔다.  


유모차를 세우고 한숨을 돌리는데 열차가 한 정거장도 가기 전에 도도가 큰 소리로 외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앙, 엄마, 무서워!! 무서워!! 내려!! 내려!!"

도도는 어두운 터널 안을 지나는 지하철을 탔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인지, 아니면 무엇이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도도는 계속 무섭다 울기 시작했다. 고요한 지하철 안에 도도의 울음소리와 무섭다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지하철에 앉은 승객들의 눈이 동시에 나와 도도를 향했다. 사람은 많지만 고요한 지하철 안.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지하철이 무섭다는 아기의 처절한 절규. 도겸이의 목소리는 지하철 안에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지하철이 무섭다며 도도가 우는 장면이 웃기며 귀여웠는지 몇몇 승객은 도도와 나를 보고 킥! 하고 웃음을 참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웃기고 슬픈 상황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처절하게 울고 있는 도도를 데리고 계속 전철 안에 있을 수는 없었기에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였다. 그때 도도가 다시 울면서 외쳤다.

"엄마!! 안아줘!! 무서워!! 무서워!!"

도도의 새로운 외침을 들은 승객들의 눈이 동시에 나와 도도를 향했다. 굴이 달아 올랐다. 또다시 당황한 나는 안아 달라는 도도의 외침을 들음과 동시에 빠르게 유모차 벨트를 빼고 도도를 다.


그런데 도도를 안아 주었더니 신기하게도 도도의 울음이 멈추다. 하지만 사람이 많고, 공간이 비좁았기 때문에 도도를 안으며 유모차까지 함께 으려니 만만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안긴 도도 울음 멈추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도도를 안고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지나치다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안겨 있던 도도는 등 뒤에서 뭐가 재미있는지 까르르 까르르 웃고 있었다.

"뭐지?"

지하철이 무섭다는 도도가 갑자기 울음을 그치고, 웃고 있다니.  좀 이상했다. 하지만 그때는 한 손으로는 도도를 안고 있었고, 한 손은 유모차도 잡고 있었기에 지금 등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였다. 앞에 있던 까만 유리창에 어떤 할머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그르르 까꿍" 할머니께서 양손으로 두 눈을 가리셨다가 손을 떼면서 도도를 보며 방글방글 웃다.

"왕!" 이번에는 양손으로 두 눈을 가리셨다고 손을 떼면서 도도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는 표정을 지으셨다.

이 모습을 본 도도는 고개를 젖히고 꺄르르 웃었다.  


알고 보니 도도가 지하철이 떠나갈 듯 무섭다고 우니까 할머니께서 내 등 뒤에서 도도에게 까꿍 놀이를 해주고 계셨다. 처음 보는 할머니의 까꿍 놀이에 신이 난 도도는 엄마 품에 안겨 까르르 웃고 있었다.  그렇게 등 뒤에서 할머니와 도도의 까꿍 놀이는 계속되었다. 20분쯤 지나고, 할머니께서 이제 내려야 한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애기 엄마.  애기 데리고 지하철 타기 힘들어요. 그치요? 그래도 애기가 순하네. 엄마가 잘 키워요. 나는 이제 내려요. 아가야, 울지 말고 엄마랑 잘 가렴. 까꿍." 다정한 목소리로 할머니가 말했다. 렇게 머니는 내리셨지만 지하철 안에는 할머니가 남긴 다정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선물 3. 파란 우산

 여름 장마철 어느 날이었다. 도도와 놀이터에 나와 놀고 있을 때였다. 도도와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탔다. 그런데 저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게 보였다. 곧이어 빗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소나기인 듯했다. 도도를 데리고 집으로 가자니 가는 길에 비를 잔뜩 맞을까 싶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도도야, 소나기가 올 것 같은데 우리 조금만 기다리자. 기다리면 곧 지나갈 거야."

소나기가 그치고 나면 그때 집에 도도와 돌아갈 생각이었다. 주변에 비를 피할 곳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마침 놀이 기구 중에 뾰족한 성탑이 있었는데 그 아래가 원두막 같다. 순간 아래에서 비를 피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탑 아래쪽으로 도도를 데리고 들어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해 모두들 집으로 달려 나간 상태였다. 놀이터에는 도도와 나만 남아 있었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도와 내가 피한 성탑 틈새로 비가 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가서 비를 피해야 할 상황이었다. 비 점점 세차게 내렸다. 주위를 살펴보니 빗방울이 굵어지기 전, 미처 집으로 가지 못한 사람 몇몇이 오두막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도도야, 저기로 가자." 나는 도도에게 저기 오두막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도도를 안고  오두막으로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나는 비를 좀 맞았지만 다행히 도도는 괜찮았다. 우리는 먼저 오두막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오두막 안에는 할머니와 초등학생 손자 한 팀, 50대로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계셨다.


내 생각과 달리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았다. 굵은 빗줄기는 그칠 줄 몰랐고, 여기저기에서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도도는 이게 무슨 소리냐고 깜짝 놀라 묻고 또 물었다. 50대로 보이는 아저씨 한분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다가 천둥 번개가 치고 있는 빗속으로 뛰어가 버리셨다.


그렇게 할머니와 손자 그리고 나, 도도 이렇게 네 명이 오두막 안에 남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할머니와 손자는 우산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천둥 번개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하늘이 밝아졌다가 뒤 이어 우르르쾅 천둥소리가 반복되었다. 그렇게 15분 정도 흘렀을까 이제는 비만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손자는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채비를 시작했다. 갑자기 할머니께서 나와 도도를 보더니 말씀하셨다.

"우리 우산이 두 개 있거든요. 이거 줄 테니 아기랑 쓰고 가요. 우산 없잖아요."

"아니에요. 곧 비 그칠 것 같아요. 저희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쓰고 가세요." 할머니 마음이 고마웠지만 우산을 받는다고 해도 언제 돌려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그냥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여기 두고 갈게요. 쓰고 가요. 애기 비 맞게 하는 거 아니야." 할머니는 도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말했다. 할머니는 진한 파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그려진 우산을 의자에 두고 가셨다.

할머니가 주신 파란 줄무늬우산 덕분에 도도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누군가의 배려로, 친절,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의 마음 속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메인 이미지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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