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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Sep 08. 2021

왜 때문에 정부가 내 발목을 잡는가!!

집을 사려면 정책의 변화도 읽어야 한다

3줄 미리 보기 

집을 사려면 70%의 대출이 필수인데, 주택의 정책이 바뀌어 대출받을 수 있는 대출 가능 범위가 확 줄었다.

종잣돈이 더 필요해졌는데, 심지어 인기 없는 동네도 집값이 빠르게 올랐다. 

잠깐 멈춰있으면 또 오른다


서울 곳곳의 아파트 가격과 어디가 주거하기 괜찮은지, 어디가 투자가치가 높은지 등등의 이야기를 보고 듣던 중이었다. 


난 욕심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고, 내가 살 수 있는 수준의 집은 엄마와 10년을 살던 염창동 그 동네의 아파트 단지 정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짓말 좀 보태면 지하철로 도보 10분 이동 가능한 한강변 아파트 중 우리 단지가 가장 쌌다. 가성비가 최고라는 이야기였다. 


갭 투자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한때 1천만 원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전세가가 높던 동네다. 아마도 엄마가 집을 사던 시점 이후 몇 년은 계속 그랬을 것 같다. 엄마도 처음부터 전액을 주고 그 집을 샀던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전세 끼고 집을 샀고, 들어와서 대출로 전세금을 내줬겠지. 


그랬다. 내가 갈 수 있는 아파트는 이미 낡디 낡은 아파트뿐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아이와,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려면 방 3개, 화장실 2개인 30평대 아파트가 최소한의 주거조건이었다. 여기에 여의도 출퇴근 시간 30분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요소였다. 마곡이 이미 개발에 들어간 시점이었고, 소위 베드타운으로도 유의미한 지역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다 떠나서 난 익숙한 지역이 더 편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좀 멍청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염창동의 적당한 위치의 아파트들의 가격은 당시 이렇다 할 변화 없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평균 시세 4억 3천만 원, 최저 시세는 3억대로 내려가는 가격이었다. 2년 동인 1억이 오른 게 용 할 정도로 조용한 동네였다. 


그랬다. 4억 5천이면 전세자금대출 열심히 갚아서 종잣돈 마련하고 1년 후에 한 5천이나 오를까? 그럼 대출은 70%까지 나온다고 하니까. 전세보증금만 착실하게 갚아나가면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는가. 하면 된다. 


그래서 기세 좋게 신랑에게 선언했던 것이다. 2년 후엔 집을 사자고. 대출이라는 게 한번 받아보니 별거 아니었다. 간을 통통하게 키우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지도상에서) 서울 시내 안 뒤져본 동네 없고, 안 찾아본 아파트 없었다. 이제 여의도로 이동이 순탄한 웬만한 아파트 단지들은 대충 머릿속에 그림이 나왔다. 뭐 강남 8 학군까지는 됐고, 그냥 이 정도 집이면 살면 살 수 있을 것 같고, 사면 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건 정확하게 2017년 7월 말이었다. 


사자. 집을 사자. 그렇게 마음먹은 지 딱 2일 만에 정부에서는 새로운 주택 가격 안정 정책을 내놓았다. 서울시내 쓸만한 웬만한 구들은 투기지역으로 묶였고 마곡이 있다는 이유로 강서구도 투기지역으로 묶였다.


이 지역에서 건물을 사려면 대출은 전체 건물가액의 40%밖에 안 나온다. 


그럼 5억 원이 다되는 집을 사려면 최소한 3억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1억까지는 어찌어찌 모아보겠는데 3억 원은 뭐 퀀텀점프도 아니고. 말이 안 되는 금액이었다. 부동산 카페에서는 사다리 차기네 뭐네 말이 많았다. 사다리 차기. 정확하게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빌라에서 살다가 아파트 좀 살아보겠다는데 그걸 못하게 막나? 그럼 현금이 있어야지만 집을 사는 거잖아? 우리 같은 사람은 10년을 죽어라고 모아도 1억 모으기 힘들다고! 내적 아우성으로 귀가 먹먹해지는 듯했다. 


정부 정책에 이렇게 손이 벌벌 떨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나는 정책과 먼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나도 이제 저 세계에 들어가는 사람이어야 했다. 내가 그런 삶을 시작했다. 내가 생각정리를 마치고 나니 정책이 바뀌고 집을 살 수 없게 되었다. 마음이 비워지지 않았다. 나는 마치 사지도 않은 집을 벌써 잃어버린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상실감. 그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던 것 같다. 왜 사지도 않은 집을 잃어버린 기분이 드는지, 왜 길거리에 나앉는 느낌이 드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때의 그 참담함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왜 때문에 정부가 내 발목을 잡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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