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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Sep 07. 2021

다음 계약 때는 무조건 집을 살 거야

집 공부, 땅 공부, 돈 공부, 세금 공부 공부엔 끝이 없었다

3줄 미리 보기 

전세든, 월세든 결국은 건물주 배 불려주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3년이 걸렸다. 

집을 사야 한다. 

좋은 집임을 확인하는 포인트는 입지! 학군, 교통 등등등


미련하게 대출상환을 고집한 것은 종잣돈을 모으자고 했던 건 사실 집을 사고 싶어서였다. 계기는 아주 우연히 찾아왔다. 우편번호 검색을 하려고 집주소를 넣었는데 뭔가 이런저런 정보들이 연달아 뜨는 링크들이 몇 개가 보였다. 호기심에 관련 링크들을 열어봤고, 우연히 보게 된 것이 내가 당시 살던 다세대 빌라의 전세가 실거래가 흔적을 발견했다. 한국감정원이나, KB리브온 같은 곳에 정식으로 올라온 데이터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짜깁기하듯 모아둔 매우 희한한 디자인의 사이트였는데 6년 된 이 집 첫 세입자의 보증금은 1억 원이었다. 그리고 해마다 평균 1천만 원이 올라갔고, 내가 들어갈 때는 이미 1억 7천만 원이 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지하철역 도보 5분 거리를 감안하면 괜찮은 가격이다 생각하고 들어왔던 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실거래가는 주소만 찍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알아볼 생각조차 못했다.) 


그때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아마도 돈이 많았을 건물주 아저씨. 우리 위층에 사시며 아침저녁으로 건물관리 말고는 다른 일을 하지 않으셨다. 건물 전체가 다 전세일 텐데 뭘로 먹고살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도 다른데 월세가 있으시겠지. 


땅이 있었고, 혹은 땅을 샀고, 이 땅에 빌라를 올려야겠다 마음을 먹었고. 가지고 있는 다른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세웠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건물주들이 그런 것처럼, 전세 세입자를 받아서 대출금을 메꿨을 것이다. 똑같은 구조로 10개의 집을 만들었으니까, 가격은 다 1억 원이었겠지. 그럼 이분은 건물 대출금은 그 전세자금 10억 원으로 끝냈을 거야. 그리고 해마다 1천만 원이면 전세보증기간 2년 잡고, 한집에 2천만 원씩 매해 올려가며 세입자를 받았을 것이다. 1년에 1억, 6년이면 5억. 그렇게 늘어난 자산으로 또 다른 부동산을 샀거나, 차차 월세로 돌릴 수 있는 준비를 했을 수 있다.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은 세입자 간의 돌려막기 구조이니까. 어차피 전세를 돌리는 이상 건물주 아저씨가 들이는 돈은 관리비 말고는 없다. 그럼 이 사람은 앉은자리에서 매년 1억 원씩 벌었다. 아주 약간의 마음고생과 관리의 소소한 노동만으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미친 듯이 억울해졌다. 전세는 남의 배를 불리는 일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손해보지 않는 일 일거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월세보다 더 확실하게 누군가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월세는 이동이라도 쉽지. 전세는 보증금 금액이 커서 넣고 빼기도 간단하지만은 않다. 비슷한 신축은 또 끊임없이 올라가고 누군가는 6년 된 건물보다는 돈 좀 더 주고 신축을 가길 원할 테니까. 


그 생각을 가지게 된 게 신혼여행 다녀와서 한 한 달쯤 후였던 것 같다. 그래서 신랑에게 말했다. 


이 집 전세계약 끝나면 그땐 무조건 집을 살 거야


난데없는 나의 선언에 신랑은 좀 당황하는 듯했지만 뭐 큰 상관은 없었다. 집에 대한 니즈는 그에게도 있었으니까. 그게 2017년 6월쯤이었다. 


나에게 일상의 모든 것은 ‘쇼핑’으로 귀결된다. 결혼식 준비도 결국 끝없는 쇼핑의 연속이었다. 드레스를 쇼핑하고, 반지를 쇼핑하고, 한복을 쇼핑하는. 쇼핑은 언제나 즐거운 행위니까 힘든 일일수록 쇼핑과 결부시키는 것이 나의 버릇이 되어버렸다. 월세도, 전세도 그렇게 쇼핑하듯 훅훅 해치운 나였지만, 집을 쇼핑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였다. 


고작 빌라 전세도 2억 원이 필요한 데 대체 집을 사려면 얼마나 돈을 들어가야 하는지, 어디서 어떻게 어떤 집을 사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부동산 카페에 가입하고, 신문의 기사들을 읽어보고, 집을 사려면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리서치 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지나다 우연히 본 좀 좋아 보였던 동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괜찮다는 동네들, 지금 내가 사는 동네, 어려서 살던 동네들,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큰 쇼핑을 해야 하는 만큼, 공부도 많이 필요했다. 자산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고사하고, 최소한 하락하지 않을 집을 사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단 서울 지도를 펼쳐서 뒤져보기 시작했다. 늘 좋다더라 이야기 들었던 대치동, 목동, 소위 강남 8 학군부터 시작해서 광장동, 반포, 여의도, 마포, 중계동 등등 살기 좋다는 동네들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왜 이 동네는 그렇게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가?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내 인생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이유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지도에 궁금했던 모든 동네의 시세를 뒤져보고, 부동산 카페에 해당 지역의 이름들을 검색해 올라온 글들과 댓글을 확인했다. 


어느 지역이 좋은 동네다 라고 이야기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는 3가지로 결론이 났다. 


일자리, 교육, 교통


1)  일자리 

직주근접과 상권. 일자리의 중요성과 가치를 설명하는 2가지 단어이다. 직주근접이란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이 가깝다는 뜻이다. 출퇴근이라는 것을 해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출근과 퇴근을 위해 길거리에 뿌리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월급을 200만 원을 깎더라도 좀 더 집과 가까운 곳의 회사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을. 혹은 월세를 조금 더 내더라도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을. 직주근접의 가치는 그런 것이다. 직장이 자리한 곳과 가까운 곳에 삶의 터전을 잡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 것이다. 너무 가까워도 피곤하고, 1시간을 넘어가도 지친다. 도어 투 도어 30분의 출근시간의 가치를 어찌 모를까. 


서울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표적인 일자리 집중 지역은 광화문, 여의도, 강남이다. 서울을 두고 이 3개 지역을 잇는 삼각지대. 이 3곳이 핵심이다. 그러니까 서울에 사는 꽤 많은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광화문, 여의도, 강남으로 갔다가 다시 그곳에서 집으로 간다. 그럼 이 사람들은 어디서 살고 싶을까? 가족의 상황이라던가 하는 여러 가지 이슈를 제외하고 1차원적으로 생각하자. 많은 사람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향해 이직을 한다. 그럼 서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있는 3 지역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물론 베스트는 해당 지역에 직접 사는 것이다. 예상하는 것처럼 광화문, 여의도, 강남의 거주비용은 엄청나다. 그리고 이 3 지역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지역 역시 거주비용이 높다. 그 말은 거주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나도 원하고, 남도 원하는 지역. 그런 지역이 좋은 지역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자연히 상권은 발달한다. 강남대로의 상가 월세들이 억 단위로 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2)   교육

대한민국 엄마의 높은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외국에서 유학을 하다가도 방학 때 외국보다 더 좋은 과외를 받을 수 있는 한국에서 외국 학교에서 듣는 수업의 보충수업을 듣는 나라다. 이나라는. 맹모삼천지교의 나라. 서울에서 맹모의 가장 원츄 지역은 대치동과 목동이다.                          


서울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군은 강남교육청이 관할하는 소위 8 학군이다. 그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지역은 강서교육청 관할의 목동. 이외에도 중계동, 광장동, 잠실 등 학군으로 주목받는 지역들의 공시지가 증감률 현황을 보자. 대부분의 지역이 공시 가격이 높은 비중으로 올라갔다. 그 말은 시가가 매우 높게 뛰었다는 뜻이다. 

서울 마의 상황은 아니다. 평촌, 대구의 유명한 학군지 수성동, 광주의 봉성동은 서울 못지않은 집값이 형성되어 있다. 소위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낸다는 좋은 고등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그 연장선상에서 중학교와 초등학교 학군을 고민한다. 대한민국의 맹모들은 부동산 가격도 함께 쥐고 흔드는 위대함이 있다. 


대학을 다니면서 막연하게 저 동네 좋아 보인다 싶었던 광장동도 꽤나 손꼽히는 학군 지였다. 그리고 역시 집값은 비싸고 말이다. 



3)  교통

직주근접과 학군을 이해했다면 우린 이 둘을 어떻게 엮어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자차 이동은 이제 논외로 한다. 우리는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에 주목해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 ‘맥세권’, ‘스세권’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단어들은 ‘역세권’이라는 단어에서 나온 것이다. 역세권. 지하철역에서 도보 이동이 가능한 거리. 도보 이동의 최대치는 10분 정도인 듯했다. 우리는 지하철로 출퇴근도 해야 하고, 학교도 가야 하고, 학원도 가야 한다. 가장 빠르고, 깨끗하고, 저렴한 교통수단이 서울에서는 지하철이다. 지하철의 인프라를 설치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을까. 80년대 1호선에서 시작해 차곡차곡 서울에 하나씩 새우기 시작한 지하철은 이제 9호선을 뛰어넘어 ‘김포선’, ‘경의선’ 같은 이름으로 존재한 지하철까지 보게 되었다. 서울의 거의 대부분의 주요 업무지구와 학군 지구를 지나가는 지하철은 단시간 가장 많은 인원을 수송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꼭 집을 사지 않아도 집을 구하다 보면 알 수 있다. 역세권이 얼마나 위대한 말인지. 부동산에서 역세권 지하철역 도보 10초라고 말하면 1분 이내에 이동 가능한 지하철이 있다는 뜻이고, 도보 5분이라고 말하면 최소 7~10분 이내에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사실 한강뷰, 숲세권, 공원 인근 등 많은 요소들로 집을 고르지만, 위의 3가지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파악했다. 그리고 그 3가지가 가진 가장 절대적인 가치는 바로 ‘입지’이다. 지하철은 한번 설치하면 바꿀 수 없다. 그 큰 역사를 통째로 옮길 수도 없고, 학교를 당장 어디로 이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모든 설비들은 그곳에 있다. 그럼 내가 살 곳을 내가 원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였다. 


여기서 또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감가상각’이다. 내가 부모님과 살던 아파트는 1994년에 태어난 아파트였다. 우리가 그 아파트에 들어간 시기는 2003년이었으니까. 나름 10년 이내의 꽤 괜찮은 시기에 이사를 들어간 것이다. 비교적 새것이었고, 주위에 다른 아파트들도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25년이 훌쩍 넘은 늙은 아파트가 되어있다. 언젠가,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 언젠가 그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언젠가 건물의 가치는 사라진다. 완. 전. 히. 
그리고 그곳엔 오직 ‘땅’만 남는다. 


그렇다. 땅이다. 집을 고를 때는 예쁜 인테리어가 아니라 땅을 골라야 하는 것이다. 언덕에 있는지, 물가에 있는지, 지하철과 가까운지, 회사와 가까운지, 학교와 가까운지. 그 모든 것들의 중심엔 땅의 위치, 즉 ‘입지’가 있다. 건물의 가치는 언젠가 소멸되지만 땅의 가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아파트들을 둘러보다 보면 아파트에 ‘대지지분’이라는 것이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 높게 건물을 세워 그 좁은 땅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나누어 이고 지고 사는 것이다. 그럼 단독주택은? 나눠서 땅을 살 사람이 없다. 내가 오롯이 땅을 다 사야 건물을 그위에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아파트는 ‘대지지분’이 매우 적고, 단독주택은 주택 외 담이 둘러진 모든 공간의 지분을 오롯이 소유하게 된다. 아파트는 땅보다 건물을 사는 것이고, 단독주택은 ‘땅’을 사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낡디 낡은 건물이 의외로 수십억의 가치를 가진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건 건물의 가치라기보다는 땅의 가치가 더 많이 반영되어서 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하튼. 결론은. 땅이다. 땅을 사는 것이다. 


집 쇼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땅’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한 달 남짓의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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