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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찬 May 20. 2024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


By Issei Suda.(Wage, Tokyo / 1970's).


이 사진은 일본 사진가인 잇세이 스다가 찍은 70년대 도쿄 사진이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지만 사진에서 그 시절의 도쿄가 대략 어떤 분위기였는지 느껴진다. 왠지 엄마의 잔소리와 된장국 냄새가 나는 거 같다. 사진은 어떠한 시대나 상황을 엄청난 압축률로 보여준다. 사진 한 장이 때로는 한 편의 영화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때가 있다. 아무것도 몰랐던 찬란한 유년 시절.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그래서 저 배트를 들고 있는 소년은 공을 쳤을까. 왠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이 사진을 보고 울었을 것만 같다. 어디선가 꽝하고 공이 맞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 같다.


사진은 노스텔지어다. 요제프 구델카는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찍는다고 말했다. 지금 보면 별거 아닌 사진이더라도 시간의 세례를 받으면 더없이 소중해진다.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찍었던 어렸을 때의 가족사진이 나중에는 엄청나게 소중해지는 것처럼.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 이것은 사진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니 최대한 많이 기록해야 한다. 내가 찍은 오늘의 사진은 당장은 가치가 없을지는 몰라도 나중에는 보물처럼 소중해질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가치가 붙는 것이라면 사진은 일종의 주식투자일 수도 있다. 그러니 먼 미래에 투자하는 마음으로 순간을 촬영해 보자. 점점 사라지는 공중전화 부스를 찍고 지금 내 눈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을 찍어보자. 나중에는 그것이 우상향 곡선을 그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순간의 소중함을 자주 까먹는다. 그래서 매번 '그때가 좋았지' 하며 회상한다. 그런데 웃긴 건 그런 회상하는 순간 조차도 먼 미래에서 보면 좋은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진은 우리에게 한 번도 좋지 않았던 시절은 없었다고 은근슬쩍 알려주는지도 모른다. 화를 내며 다그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깨닫게 하는. 나는 그런 신비스러움 때문에 사진이 좋다.


마음을 담아 던지는 캐치볼처럼 사진은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수 있다. 그것은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시간의 소중함을 선물하는 일이다. 나는 그것을 잘 받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다음의 미래에게 던져보자. 그렇게 시간을 달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캐치볼을 해보면 어떨까. 나는 그런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야구공(2020) Shot By 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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