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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찬 May 13. 2024

말, 글, 사진

나는 세상과 통하고 싶다.


나는 말을 못 해서 글을 썼고 글을 못 써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니까 말로만 전해지지 않은 것들을 글로 표현하려 했고 글로 전해지지 않은 것들을 사진으로 표현하려 했다. 그런데도 후련하지 않다. 그것은 아직도 내 언어가 미숙하고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시마 유키오가 쓴 금각사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말더듬 증세는 말할 필요도 없이, 나와 외계와의 사이에 하나의 장애로 작용하였다. 첫 발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첫 발음이, 나의 내계와 외계 사이를 가로막는 문의 자물쇠와도 같은 것이었으나, 자물쇠가 순순히 열린 적이 없었다."


표현의 욕구는 있는데 표현의 재능이 없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나 또한 내 안에 커다란 자물쇠가 있는 거 같다. 이 녹슨 자물쇠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와 외계 사이에 징검다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누가 열쇠를 들고 나를 열어줬으면 좋겠다.


언어는 누군가에게 진심을 말하고 싶을 때 는다고 한다. 그래서 재능과 무관하게 나는 말하고, 쓰고, 찍는지 모른다. 나는 세상과 통하고 싶다. 나의 진심이 타인의 마음에 가닿을 때 그 순간 세상과 연결되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 느낌이 좋다.


만약 세상이라는 것이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나의 장소는 깜깜한 암실인 거 같다. 실제 암실이든 정신적 암실이든 나는 그 깜깜한 방 안에서 나의 내부에서 무엇인가가 인화될 때까지 기다리고 마침내 상이 맺히면 나는 그걸 들고 세상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어쨌든 나는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이고 이 간지러운 마음이 해결될 때까지 나만의 언어를 찾고 만들 것이다. 마침내 나의중얼거림들이 어엿한 말이 되고 세상 앞에 유의미한 메시지로 남겨진다면 나는 내가 만든 말을 타고 드넓은 초원을 달리고 싶다. 거기에는 그 어떤 불안도 없고 자유로운 바람만 있을 거라 믿고 싶다.



아픈 말(2021) Shot By 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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