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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찬 May 11. 2024

Good Shot!

총을 쏘는 것과 사진을 찍는 일


총을 쏘거나 총성을 나타낼 때 쓰이는 단어인 'Shot'이 사진을 찍을 때도 똑같이 발음된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에는 폭력성이 숨겨져 있다. 카메라를 들이미는 순간 인간의 몸은 경직되고 1초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러웠던 표정이 금세 어색해진다. 나는 어쩌면 사진 찍히는 것이 두려워 카메라를 들었는지 모른다.


군대에 있을 때 이달의 사격왕이라는 타이틀을 받은 적이 있다. 인류 공평의 룰이라고 할 수 있는 가위바위보로 선정되긴 했지만, 가위바위보를 할 수 있는 자격이 되려면 먼저 사격 특급이라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는데 한정된 총알로 총 13개의 다양한 움직이는 타깃 중 12 타깃 이상을 맞추면 특급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내가 사격 특급을 비교적 어려움 없이 딸 수 있었던 건 아마 사진을 전공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총을 쏘는 것과 사진을 찍는 일은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먼저 대상을 포착하고(포커싱), 조준 하고(컨포지션), 쏜다(Shot!). 200m 너머의 점처럼 보이는(그것도 3초가량 보이는) 표적이 넘어갈 때의 쾌감은 내가 좋은 사진을 우연히 찍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하지만 총은 누군가를 살해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수호하기도 한다. 유출된 한 장의 사진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하고 우연히 블랙박스에 찍힌 사진이 누군가의 억울함을 밝혀주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카메라는 범죄의 도구가 되고 진실을 밝혀주는 도구가 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 라는 생각보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부터 생각해 본다. 결국 카메라 뒤의 사람이 문제라면 좋은 사진에 대한 고민보다 먼저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좋은 사진을 찍는 일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 사진에서 인성이 묻어나온다면 나는 말이 아닌 사진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고 싶다.



낙서((2018) Shot By 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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