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찬 May 07. 2024

사진을 찍는 이유

도시라는 지옥을 한가로이 거닐 듯 떠돌며 관찰하는 외로운 보행자


나는 사진을 전공했지만 포토그래퍼라고 불리기엔 아직 어색한 부분이 많다. 카메라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도 부족하고 딱히 보여줄 만한 사진적 커리어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론적인 부분에 심취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카메라라는 기계 장치를 통해 무언가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사진 평론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수전 손택은 보들레르가 묘사한 만보자라는 개념을 들며 이런 말을 했다. “도시라는 지옥을 한가로이 거닐 듯 떠돌며 관찰하는 외로운 보행자” 즉 이 관음적 방랑자가 카메라를 쥐면 곧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다.


조금은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수전 손택의 말이 지금 나의 상황에 가장 알맞는 표현인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외로워서 산책을 했고 우연히 카메라를 들고 있었을 뿐이다. 사진가로서 사진을 찍기보다는 산책자로서 먼저 사진을 찍었던 거 같다. 그것이 포토그래퍼라고 분류되는 것은 나중 일이다. 어쨌든 나는 찍는다. 시각적 재능이 있어라기 보다는 찍을 수밖에 없어서 찍는 느낌에 가깝다.


밥을 차려 먹는 것에 이유를 붙이지 않는 것처럼 뭔가를 찍는다는 것에 대해 나는 딱히 이유를 붙이고 싶지 않다. 살아있기 때문에 먹고, 살아있기 때문에 찍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2018) Shot By 찬찬


부끄럽지만 이 사진은 내가 처음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심장이 뛰었던 순간이다. 위대한 자연 풍경도, 인간의 말 못 할 비극을 담고 있는 사진도 아니지만 나는 이 사진을 찍었던 순간의 생생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늦은 밤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어렴풋이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렸고 뒤를 돌아보자 두 아이가 빌라 숲 사이에서 위태롭게 노는 장면이 펼쳐저 있었다. 본능적으로 당시 가지고 있었던 낡은 아이폰을 호주머니에 꺼내 찍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신비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나는 이 첫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내가 우연히 지친 몸으로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지 않았더라면 이 순간은 찍히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진이 보편 정서로서 사람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나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왜 심장이 뛰었을까. 


어쩌면 이 프로젝트는 내가 사진 찍는 이유를 알아가는 나만의 여행법인지 모른다. 나는 본능적으로 사진을 찍었고 이제는 그 사진들을 쓰기로 한다. 한 장의 사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면 그 사진은 분명 찍혀도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사진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고 나는 이런 관점을 세상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당신도 나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나요? 하고 나는 묻고 싶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