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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 Nov 11. 2023

모임을 시작합니다.

박진호 씨 이야기




안녕하세요.


‘눈에 띄고 싶지는 않지만’ 모임의 모임장 박진호입니다.


이곳에서는 눈에 띄고 싶지는 않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별 거 없어요. 그뿐입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는 간단하게 “눈에 띄고 싶지는 않지만, ( ㅡㅡㅡㅡㅡ )입니다.”라고 뒷문장을 완성해서 말해주시면 됩니다. 저는 “눈에 띄고 싶지는 않지만, 언제나 ‘나는 나’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이런 식으로요. 제가 완성한 문장이 조금은 거창하고, 어딘가 추상적인 말인가요?


그럼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여러분은 “나대지 말라”라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있어요.

사실 저는 학창 시절에 따돌림을 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 그렇게 놀라시거나 안타까워하실 필요는 없는데요. (웃음)

 

심각한 일은 아니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갔었는데, 제가 거기서 좀 나댔나 봐요.

나쁜 의미로는 나댄 건 아니었지만, 결국 나쁜 일이 된 셈이네요.


무언가를 잘한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활동들에 참여한다고 해서, 때로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호감을 보인다고 해서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게 보이는 건 아니더라고요. 사실 저는 제 모습대로 살았던 것뿐인데 그게 왜 나댄 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쩌면 서점도 하나 없었던 작은 시골 마을이라 그런 일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다들 수시로 지루해했거든요. 그래서 저를 괴롭히는 것마저도 곧 지루해졌나 봅니다.


그냥 한 달 정도 같은 반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나 할까. 대부분은 저를 없는 사람 취급했고, 가끔씩은 아이들이 짓궂은 말을 하며 킥킥거리고 놀리곤 했죠. 남자아이들이 뒤통수를 툭툭치고 갈 때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바람의 방향이 휙 바뀌듯 따돌림의 대상이 바뀌었어요. 그 동네에 적응하고 보니 원래 그런 곳이더라고요. 마치 수건 돌리기라도 하듯 돌아가며 사이좋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시키기도 하고 그렇던데요.


그 일이 트라우마로 남은 건 아니었지만, 청소년기 정체성을 형성하며 ‘나대면 좋을 게 없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해 준 것 같아요. 그 뒤 몇 년 동안 무엇이든 너무 열심히 하거나 잘하지 않으려고 했거든요. 나대지 않은 거죠. 


세상의 사각지대 속에 조용히 숨어 있으면 번거로움과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잖아요? 어른들의 세계라고 그런 일들이 없을까요? 당연히 아니었죠. 더 교묘하게 바뀌었을 뿐이었어요.  


작은 세상이든 넓은 세상이든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조금 바뀌기 시작했어요.




그냥 저는 더 이상 혐오의 대상이 아니기만을 원하는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먼지에 뽀얗게 뒤덮이며 빛이 바래지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의 눈에 도드라지고 싶지는 않지만 선명한 색으로 남고 싶고, 눈에 띄고 싶지 않지만 눈에 띄고 싶고, 조용한 관종으로 살아가고 싶고, 주연 같은 조연이고 싶고, 베일 속의 주인공이고 싶고, 평범하지만 개성 있는 존재, 가만히 있어도 눈부신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이 들기는 했어요. 그런 존재로 살아가며 온갖 악의들이 범람하는 세상 속을 유유히 지나갈 수 있을까. 무례함과 혐오 속에서 다정함을 잃지 않을 수 을까. 참견과 간섭 속에서 나 자신의 톤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눈에 띄고 싶지는 않지만, 특별한 나로 살아가길 희망하시는 여러분들을 만나 반갑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이제 차례대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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