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니 좀 긴장되네요.
... 일단은 그럼 모임장님이 제시하신 문장을 완성해 볼게요.
“눈에 띄고 싶지는 않지만,
혼자서도 잘 지내서 눈에 띄고 싶은 사람입니다.”
제 이름은 정지선이고요, 18개월 된 남자아이의 엄마입니다.
저희 집 아이는 워낙 활발한 성격이어서 벌써부터 집에만 있는 건 지루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아이랑 함께 집 근처 문화센터를 다니게 되었어요.
아, 문화센터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여기 계신 것 같네요.
흔히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 문화센터가 운영되고 있거든요. 성인들을 위한 수업들도 있고, 아이들 대상으로 한 수업도 진행이 되고 있죠. 일일 특강들도 많고요.
그중 저는 영유아 아이들의 오감 발달을 위한 놀이 수업을 듣기 위해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어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었죠.
지난주 수요일은 첫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어서, 그날 저는 교실 앞에서 아이를 안고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다가 정말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되었네요.
"이런 데 혼자 오는 엄마 불쌍하지 않아?”
그곳은 매장에서 들려오는 말소리, 건물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다른 교실의 수업 소리 등이 뒤섞여 꽤 부산한 장소였어요.
그런데도 그 말은 아주 또렷하고 크게 들리더군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제 주위가 일제히 조용해졌고요. 느낌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저를 흘끔거리며 쳐다보는 것 같았죠. 그 근처에서 혼자 서서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의 엄마는 저뿐이었거든요.
저는 놀라 고개를 들고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았어요. 한 다섯 발자국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아이 엄마들 서넛이 함께 수업을 들으러 왔는지 모여있더라고요.
그 말을 한 사람은 그중 한 명이었어요. 본인도 자기가 한 말이 너무 크게 들렸다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제가 그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아서 그랬는지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라고요. 그러더니 곧 제 시선을 피해버렸죠.
그러자 함께 있던 아이 엄마들도 머뭇거리며, “뭐 아는 사람들끼리 같이 수업 들으러 오면 좋긴 하지..”라고 어물어물 말하면서 그 어색한 순간을 무마시키려 하더군요.
그런 상황에서 때마침 강사님이 수업 시작을 알리며 들어오라고 하셨죠.
그러니 얼떨결에 들어가 수업을 듣게 되었고, 어수선한 상태에서 그날 수업은 그렇게 끝났어요.
수업이 끝나자 그 엄마들은 함께 모여 문화센터 옆에 있는 커피점으로 사이좋게 들어가더군요. 다른 몇몇 엄마들도 이야기를 나누며 그 커피점으로 향했어요.
저요? 저는 그냥 유모차를 끌고 혼자 집으로 갔죠.
여전히 당황한 채로요.
저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편은 아니에요.
문화센터 수업도 활발한 아이를 위해 고민 끝에 등록한 거였거든요.
그러니 수업에서도 그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묻혀가고 싶을 뿐이었죠.
그런데 혼자라서 눈에 띌 줄은 몰랐어요.
그런 모습을 누가 불쌍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완전히 예상밖의 일이었고요.
저는 제가 혼자라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럼 어떻게 할 거냐고요?
그 수업에 계속 나갈 생각이냐고요?
며칠동안 그냥 문화센터 수업을 취소해 버릴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결국 그냥 그 수업에 계속 참여하기로 결심했죠.
눈에 띄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혼자서도 씩씩한 사람으로 눈에 띄어 보려고요.
사실 혼자인 제가 불쌍한 게 아니라, 혼자인 게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안쓰럽지 않나요?
그럼 제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막상 제 얘기를 하고 나니 조금 부끄럽네요, 더 쑥스러워지기 전에 얼른 다음분에게 차례를 넘기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