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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 Nov 26. 2023

좋은 단골손님 되기

이준영 씨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 눈에 띄고 싶지는 않지만,
 좋은 단골손님이 되었으면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으실까요?


누군가를 처음 만났는데, 

이 사람이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경험이요.

 카페를 처음 갔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딱 여기다 싶었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늑한 공간에

푹신해 보이는 노란색 소파가 군데군데 놓여있 곳이었어요.


몸이 푹 파묻히는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맛이 좋더라고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데, 딱 제가 좋아하는 부드럽고 묵직한 맛이었어요.


매장 내에선 마음을 끄는 곡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려오고 있었죠. 너무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어색하리만큼 조용한 곳도 아니어서 편안했어요.


앉은자리 앞에는 커다란 창이 나 있었고 창밖으로는 아주 작은 공원 하나가 보였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어 느긋하리만큼 한적해 보였죠.


더욱이 집 근처라 그런지 그날 이후 그곳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금세 카페 사장님과 알은척도 하는 사이가 되었고요.

카페 사장님이 섬세하셔서 그런지 제가 즐겨 마시는 음료를 기억하고 계시더라고요. 때로는 제가 좋아할 것 같은 메뉴 추천을  해주기도 하셨어요. 어떤 날은 책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을 건네시며 읽고 있던 책에 대해 묻기도 하시고요. 


그렇게 스몰 토크를 나누는 순간들이 좋았어요.

반가운 인사, 짧은 안부, 일상 얘기들을 주고받는 그런 것들 말이에요.


그런데, 그다음이 어려웠죠.

한 번씩 스몰토크를 나누고 거기서 딱 한 두 마디를 더 덧붙이는 것이요.

무슨 얘기를 더 하려다가도 때론 입을 다물곤 했어요. 무엇을 물어보려다가도 한번 더 고민해보기도 하고요.

스몰토크가 투 머치 토크로 변하면 곤란하니까요.  

    

왜냐고요?

저는... 음, 남자잖아요?

사장님은 저랑 비슷한 연령대의 젊은 여성분이셨는데,

솔직히 치근거리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되기도 했거든요.


친근한 단골손님이고 싶었지만,

부담스러운 손님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사장님이 여성분이 아니었더라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 같긴 해요.


가끔씩 이런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보곤 했었거든요.

스몰토크를 하는 정도의 관계 말이에요.

그런 관계 속에서, 상대편은 원치 않는데 제가 선을 넘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상대편이 뭔가 오해를 해서 제가 그어놓은 선을 휙 넘어올까 고민이었어요.


그 선을 넘어버리면 뭔가가 넘쳐버리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되는 순간 사람은 실수를 하게 되죠.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 같은 걸 하게 되면서, 실망이라는 감정이 관계 안에 드리워지게 되고요. 


그러니까 적당히 친밀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당근 거래 해보신 분들은 매너온도라는 개념을 아실 거예요.

매너온도는 일종의 평가개념이라서, 그동안의 거래를 통해서 온도가 결정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온도가 높을수록 더 믿을만한 분이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저 역시 기왕이면 매너 온도가 높은 분이랑 거래를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얼마 전에 동네에서 매너 온도가 제법 높으신 분과 당근 거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분 매너온도는 72.1도였죠.


거래를 위한 잠깐의 만남이었는데도 친근한 이웃분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분이었어요.

물론 거래도 깔끔하게 이루어졌고요. 

그 뒤로 종종 동네에서 그분을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서로 인사하면서 지내는 사이가 되었어요.

그냥 좋더라고요. 동네 사람을 알게 된 것 같은 느낌?!


저는 제가 아끼는 그 공간에서 그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적정 매너 온도를 가진 좋은 단골손님이 되고 싶다는 말이에요.

그게 어쩌면 좋은 이웃이 되고 싶다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네요.


이제는 현대인에게 이웃이라는 말 자체가 조금 낯선 개념이 된 것 같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익숙한 장소와 사람들 속에서조차

아무 의미 없이 그저 스치는 존재로 남게 된다는 건 좀 쓸쓸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좋은 단골손님이 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소박하지만 쉽지 않은 희망사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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