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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 Dec 03. 2023

축하를 바라는 마음

김주희 씨 이야기

  



제 차례인가요?


다른 분들 얘기를 듣다 보니 벌써 제가 말할 타이밍이네요.


출처:PIXABAY


초콜릿 좀 드시겠어요?


선물로 받은 초콜릿이 있어서, 함께 나눠먹으면 어떨까 싶어 가져왔어요.

드시며 편하게 제 얘기를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별거 아닌 소소한 얘기거든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여덟 살, 회사원 김주희입니다.


“눈에 띄고 싶지는 않지만, 축하를 받고 싶은 사람이에요.”      




열흘 전, 그러니까 이달 15일이 제 생일이었어요.

사실 제가 생일을 정말 특별하게 여기거든요. 많은 기념일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생일은 저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게 생각하는 걸 아는 지인들 있어서 그런지 제 생일날 제법 많은 선물을 받았어요.

한... 스물두 개 정도?


그런데, 실물로 받은 건 거의 없었고요. 대부분 모바일 선물로 받았죠. 흔히 기프티콘이라고 하는 그런 걸로요. 요즘은 다 그렇게 선물하잖아요.

실제로 물건을 사러 어딜 방문하고, 그곳에서 물건을 고르고, 산 선물을 포장하고, 그걸 또 들고 상대편을 만나서 선물하는 이런 과정은 복잡한 감이 있죠.


생일인 사람을 알기는 요즘 또 얼마나 쉽나요?

핸드폰 메신저에 ‘친구의 생일을 확인하세요’라고 친절하게 알림 기능이 있잖아요. 거기서 생일인 사람을 확인하고, 그 사람에게 줄 선물을 고른 뒤, 선물하기를 누르면 빠르게 선물이 전송되죠. 저도 그렇게 사람들에게 생일 선물을 고, 사람들도 저한테 그렇게 선물을 보내는 거죠.


그렇게 모바일로 선물을 주고받으면 친구들끼리 주고받은 선물 목록을 확인할 수도 있어요. 선물 히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그 목록을 보고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보낼지 고민하는 거예요. 모바일로 선물 보내는 것도 은근히 고민되는 일이에요.

보낼 수 있는 선물의 종류는 또 얼마나 다양한지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라니까요.


! 물론  종종 심플하게 커피 교환권을 주고받기도 하죠.  제 경험상 아주 친하지 않은 어중간한 사이에서 선물하기 쉬운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늘 커피 교환권은 두둑하게 쌓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선물을 받으면 선물을 보내는 순환구조가 반복되는 거예요.

누구 한 명이 그만 두기까지 핑퐁 핑퐁 공이 네트사이로 왔다 갔다가 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선물을 주고받는 걸 번거롭다며 꺼려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더라고요.      


제 가장 친한 친구도 그랬죠.

어느 날, 생일 알람 기능을 꺼놨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제 누구와도 모바일로 선물을 주고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이유를 물으니 귀찮았다나요.

누군가가 선물을 주면, 비슷한 가격대의 적당한 선물을 골라 주는 것도 피곤하고, 상부상조 같이 선물을 주고받는 게  한편으로는 이득 없는 행동 같았대요. 누구한테 선물을 받으면 갚아줘야 할 것 같은 빚 같아서 부담감이 생기기했다고요.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의 생일 알람이 뜨니까 그것도 신경 쓰였다고 하네요.

뭔가 어중간한 사이에서 그 사람의 생일을 알게 되었는데 알은척을 안 하고 넘어가자니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더래요. 그런 생각으로 자기한테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이런 과정 너무 형식적인 일 같아 의미 없이 생각되었다고요.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 직접 만나는 것도 아니고, 모바일로 선물 주고받는  좀 삭막한 거 같지 않니?"


그런데 공개된 식당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모두에게 축하받는 것보다,

이렇게 혼자서 축하받는 게 저 같은 조용한 관종한테는 더 편한 방식이 아닐까 싶긴 해요.


친구는 이어서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너도 나처럼 아예 다 싹 끊어봐. 그럼 편해”라고요.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생일 알림 기능을 헤재하고 나면 제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형식적이더라도, 상부상조라도 할지라도, 때로 빚같이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저는 사람들이 제 생일을 축하해 주며 다정한 말을 건네주는 게 좋았어요.

저는 그 친구같이 잊혀질 용기 같은 건 아직 가지지 못했나 봐요.


언제나 누구에게나 기억되고 주목받는 사람이길 원하는 건 아니지만...

1년에 한 번 제 생일만이라도 제가 주인공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날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주목하고 축하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때로는 제 취향을 고려해서 정성껏 고른 선물을 보내주는 지인들도 있어요.

그런 마음이 가득한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아, 물론 모바일로 받은 선물이라 주소도 제가 입력해야 하고, 옵션이 있을 경우 그것도 택하고, 택배로 선물을 받기까지 며칠이 걸려기도 하죠. 그렇게 선물을 받는 사람이 번거로울 수 있는 부분들도 조금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심하게 저를 위해 선물을 고른 그 마음은 분명 전해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과정들이 성가시기만 하고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현대인들에게 최적화된 선물 주는 방법이라 생각하죠.

삭막하다고 할지언정, 어쨌든 저를 위해 고른 이 달콤한 초콜릿이 전해졌잖아요?


이렇게 사람들에게 인지되고 있고 세상 안에서  소통하고 있다 느낌을 받고 있는걸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누군가의 안부를 물으며 그 사람의 생일을 축하해요.

제가 특별히 축하받는 그날을 다시 기다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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