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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 Dec 17. 2023

귀여움은 세상을 구할 수 없어

강아지 몽몽이와 견주 조우리 씨 이야기



“눈에 띄고 싶지는 않았는데, 인스타 셀럽이 되어버린 사람입니다.”      

    

동물, 기르시는 분 계시나요?

저는 몽몽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키워요.

사진 좀 보여드릴까요?

귀엽죠?




사실 저는 제 이름보다, sns에서 몽몽 엄마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해요.

제가 인스타에서 강아지계정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개스타그램이라고도 하죠.

방금 보여드린 사진도 다 그 계정에 올려놓은 사진들이구요.


우리 몽몽이의 귀여움을 혼자 보긴 너무 아깝다! 이 귀여움을 널리 널리 공유하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몽몽이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제 강아지 제가 덕질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셔서... 어쩌다 보니 꽤 유명해졌지 뭐예요.  

제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인스타 셀럽..? 수준?

저는 제 개인 인스타 계정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강아지를 기르게 된 건, 아니 동물을 기르게 된 것 자체가 아예 몽몽이가 처음이었어요.

예전부터 그냥 언젠간 동물을 길러봐야지 하며 희망사항으로만 남겨두었거든요. 


그러다가 아는 지인 부부가 강아지를 분양받은 지 얼마 안 돼서 강아지를 기를 수 없게 되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강아지를 입양할 사람을 찾았는데 제가 몽몽이를 입양한 거죠.

물론 그 지인 부부가  몽몽이를 보낼 데가 없다고, 제가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반 강요나 다름없이 저를 설득하게 되어서 그렇게 된 거긴 하지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해요.

그때 제가 몽몽이를 데려오지 않았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도, 몽몽이도요.




강아지를 입양받아 온 다음날 아침에 몽몽이가 짖는 소리에 깼는데, 너무 놀랐지 뭐예요.


“어? 이게 웬 개소리지?" 하고요.

전혀 실감이 안 났거든요. 그냥 당황스럽고 얼떨떨했어요. 그리고 '내가 진짜 강아지를 기르게 되었네' 하고 나선 한 생명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에 제 가슴이 무거워지더라고요.    


하지만 몽몽이와 함께 한지 이제 3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저도 이제 이 정도면 프로 반려인이죠.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저는 몽몽이와 잘 지냈어요.


그전에는 우울증이 좀 있었는데... 요즘은 흔한 얘기죠. 현대병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어쨌든... 저는 우울했고, 때로는 슬펐고, 자주 무기력했죠. 가끔은 아주 사소한 것조차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신이 없었어요.


지금은 몽몽이와 함께하다 보니 많이 좋아졌어요.

어쩌면 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어떤 계기가 필요했는지도 몰라요.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사랑이라면, 저는 그때 그게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 대상이 몽몽이가 되어줘서 고마울 뿐이죠.


출처: PIXABY


그리고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 동안 제 인생의 폭이 많이 넓어지게 되었어요.


몽몽이를 만나고 제 삶이 뭔가 제대로 돌아가게 된 거죠.

예전에는 규칙적으로 생활하라는 의사 선생님 말을 지키기가 힘들었는데, 몽몽이와 살다 보니 강제적으로 규칙적인 삶을 살게 되던데요? 


일단 싫어도 최소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 산책을 나가거든요. 그리고 얘랑 한 시간 이상 걷다 뛰다 하다 오면 얼마나 허기진데요. 끼니도 잘 챙겨 먹게 되죠. 강제로 안 하던 운동을 하니까, 몽몽이를 기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저녁 산책 나갔다 오면 곯아떨어졌어요. 우리 몽몽이 발만 씻기고 막상 저는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버리기 일쑤였다니까요.     


매일 몽몽이와 외출을 하고 그러니까 계절의 변화들도 실감하게 되더라구요. 자연이 있는 곳으로 자주 나가다 보니 그전에는 스쳐 지나가던 계절의 감각을 좀 더 섬세하게 느끼는 기분이랄까요? 길가에 떨어진 낙엽 하나조차도 새삼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죠. 


인간관계도 강제로 확장되었네요.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나가면서 동네 반려인들이랑도 친분이 생기게 되었거든요. 늘 비슷한 시간에 나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인사를 나누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그분들이랑 견주들 모임도 만들게 되어서 주기적으로 함께 놀러 다니기도 했구요.

우리 몽몽이 친구도 만들어 줘야 하잖아요?


그렇게 몽몽이와 함께  놀러 다니러 나가려고 하다 보니 초보 운전에서도 탈출하게 되었죠. 강아지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면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차를 끌고 나가기 시작했는데, 우당탕탕 초보 시절에 몽몽이를 옆에 태우고 울기도 많이 울었죠. “몽몽아, 누나 살려줘. 우리 집에 갈 수 있을까?라며 오두방정을 떨면서요. 그럼 저희 강아지는 옆에서 낑낑거리며 같이 걱정해 주었죠. 지금은, 제가 운전하면 편안하게 잠을 자요.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아, 그리고 가끔씩 유기견 후원을 하거나, 유기견 센터에 봉사를 하러 다니게 되기도 했죠. 저희 몽몽이를 기르게 되고 나서, 유기된 동물들만 보면 눈물이 그렇게 나더라구요. 그때 몽몽이를 제가 입양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몽몽이도 유기견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그래서 저희 몽몽이를 사랑하는 만큼 동물 학대나, 반려 동물 유기 등의 이런 문제에 더 분노하게 돼요. 예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그런 사회문제에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사실 그런 사회문제를 알리고자 겸사겸사 sns를 하게 된 것도 있어요. 저희, 몽몽이의 귀여움을 널리 알리고자 시작한 거지만 때때로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피드를 올리기도 하거든요.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아요.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어야 하고요.


방구석에서 저 자신의 늪에 빠져 침체되어 있었던 몇 년 전 제 모습을 보면 얼마나 제 인생이 달라졌는지 감탄하게 되죠. 그럴 때면, 몽몽이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랑스러운 작은 생명체가 말 그대로 제 인생을 180도 바꾼 거잖아요. 귀여움이 저를 구원했죠.      




하지만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더라구요.


제가 몽몽이의 귀여운 일상에 대해 글을 올리면, 다들 좋아해 주시는 편이지만...

반려 동물에 대한 사회 문제적 피드를 올리면 유독 날카로운 댓글들이 달리더라구요. 댓글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구요.


어떤 댓글들이 달리냐고요?

예를 들어, 자주 가는 유기견 센터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후원금 모집에 관한 글을 올렸더니 사람들이 이런저런 말을 하더군요. “그럴 돈 있으면 불쌍한 사람들이나 돕지. 사람이 우선 아닌가?” 라던지, “뭘 믿고 후원을 해요? 이걸로 본인이 무슨 이득 보는 거 아냐?” 등등. 뭐 이거는 약과죠.


그리고 가끔 몽몽이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면,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물론 누구나 다 강아지를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죠. 하지만 그렇다고... 강아지를 왜 데리고 나오냐느니, 강아지 옷을 보고 허튼데 돈을 쓴다고 혀를 끌끌 찬다던지, 더럽다느니, 보자마자 무는  아니냐고 다짜고짜 발로 차려고 한다던지... 이러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러다 보니 점점 사람이 없는 시간에 산책을 다니려고 하게 되었어요. 어딜 갈 때마다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곳인지 늘 수차례 체크하면서 다니고요. 그러면서도 항상 사람들 눈치를 보는 습관이 생겨버렸죠. 


이유 없는 혐오를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귀여운 동물을 보고 무작정 싫어할 수 있다는 게 의아할 따름이에요. 그리고 그런 혐오를 이길 수 없어 슬퍼지고요.




아까 몽몽이를 만나고 제 세상이 넓어졌다고 했잖아요? 사실, 몽몽이를 만나고 제 세상이 좁아진 것도 맞아요.


저는 몽몽이를 사랑하는 세계와, 몽몽이를 싫어하는 세계의 양 극단에서 살아요. 사랑의 세계는 넓어지고, 혐오의 세계 또한 깊어졌죠.


그래서 자신은 없지만 용기를 내어,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몽몽이의 귀여움에 힘입어, 그 작은 생명체가 전해주는 애정을 통해, 언젠가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기를 바라요.

아주 조금이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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