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생일을 정말 특별하게 여기거든요.많은 기념일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 생일은 저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게 생각하는 걸 아는 지인들도 꽤 있어서 그런지 제 생일날 제법 많은 선물을 받았어요.
한... 스물두 개 정도?
그런데, 실물로 받은 건 거의 없었고요. 대부분 모바일 선물로 받았죠. 흔히 기프티콘이라고 하는 그런 걸로요. 요즘은 다 그렇게 선물하잖아요.
실제로 물건을 사러 어딜 방문하고, 그곳에서물건을 고르고, 산 선물을 포장하고, 그걸 또 들고 상대편을 만나서 선물하는 이런 과정은 복잡한감이 있죠.
생일인 사람을 알기는 요즘 또 얼마나 쉽나요?
핸드폰 메신저에 ‘친구의 생일을 확인하세요’라고 친절하게 알림 기능이 있잖아요.거기서 생일인 사람을 확인하고, 그 사람에게 줄 선물을 고른뒤, 선물하기를 누르면 빠르게 선물이 전송되죠. 저도 그렇게 사람들에게 생일 선물을 주고, 사람들도 저한테 그렇게 선물을 보내는 거죠.
그렇게 모바일로 선물을 주고받으면 친구들끼리 주고받은 선물 목록을 확인할 수도 있어요.선물 히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그 목록을 보고 이번에는어떤 선물을 보낼지고민하는 거예요. 모바일로 선물 보내는 것도 은근히고민되는일이에요.
보낼 수 있는 선물의 종류는 또 얼마나 다양한지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라니까요.
아! 물론 종종 심플하게 커피 교환권을 주고받기도 하죠. 제 경험상 아주 친하지 않은 어중간한 사이에서 선물하기 쉬운것 같아요.그래서인지 늘 커피 교환권은 두둑하게쌓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선물을 받으면 선물을 보내는순환구조가 반복되는 거예요.
누구 한 명이 그만 두기까지핑퐁 핑퐁 공이 네트사이로 왔다 갔다가 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선물을 주고받는 걸 번거롭다며 꺼려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더라고요.
제 가장 친한 친구도 그랬죠.
어느 날, 생일 알람 기능을 꺼놨다고 했어요.그리고 이제 누구와도 모바일로 선물을 주고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이유를 물으니 귀찮았다나요.
누군가가 선물을 주면, 비슷한 가격대의 적당한 선물을 골라 주는 것도 피곤하고, 상부상조 같이 선물을 주고받는 게 한편으로는 이득 없는 행동 같았대요. 누구한테 선물을 받으면 갚아줘야 할 것 같은 빚 같아서부담감이 생기기도 했다고요.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의 생일 알람이 뜨니까 그것도 신경 쓰였다고 하네요.
뭔가 어중간한 사이에서 그 사람의 생일을알게 되었는데 알은척을 안 하고 넘어가자니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더래요. 그런 생각으로 자기한테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이런 과정 너무 형식적인 일 같아의미 없이 생각되었다고요.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 직접 만나는 것도 아니고, 모바일로 선물 주고받는 건 좀 삭막한 거 같지 않니?"
그런데공개된 식당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모두에게 축하받는 것보다,
이렇게 혼자서축하받는 게 저 같은 조용한 관종한테는 더 편한 방식이 아닐까 싶긴해요.
그 친구는 이어서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너도 나처럼 아예 다 싹 끊어봐. 그럼 편해”라고요.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생일 알림 기능을 헤재하고 나면 제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형식적이더라도, 상부상조라도 할지라도, 때로 빚같이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저는 사람들이 제 생일을 축하해 주며 다정한 말을 건네주는 게 좋았어요.
저는 그 친구같이 잊혀질 용기 같은 건 아직 가지지 못했나 봐요.
언제나 누구에게나 기억되고 주목받는 사람이길 원하는 건 아니지만...
1년에 한 번 제 생일만이라도 제가 주인공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날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주목하고 축하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때로는 제 취향을 고려해서 정성껏 고른 선물을 보내주는 지인들도 있어요.
그런 마음이 가득한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아, 물론 모바일로 받은 선물이라 주소도 제가 입력해야 하고, 옵션이 있을 경우 그것도 택하고, 택배로 선물을받기까지 며칠이 걸려기도 하죠. 그렇게 선물을 받는 사람이 번거로울 수 있는 부분들도 조금은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