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외롭지 않은 걸까. 하다못해 아쉽지라도 않을까. 늘 오만 가지 요리에 들어가 열심히 맛을 내 주는데 정작 그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재료가 어떻고, 소스가 어떻고 그런 얘기들은 수도 없이 들려오는데 아무도 소금의 역할에 대해 주목하지는 않는다. 언제나 묵묵히 함께하며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는데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굳건히 해내는 이의 보람은 어디에 있을까.
넣으면 티가 나는 다른 재료들과는 달리 소금은 티도 전혀 나지 않는다. 고기나 야채는 눈으로 바로 보이고, 간장은 넣으면 재료에 물이 든다. 소금은 자기 자신을 남기지 않는다. 물에 녹아도, 음식 속에 섞여도, 자취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 부재는 누구보다 확실히 드러난다. 없는 순간 모든 맛이 흐려진다. 하지만 눈처럼 녹아 사라져 버리는 소금은 그야말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운 일을 조용히 수행하고 있다.
만약 소금이 없다면? 헤어진 후에야 후회하는 옛 연인처럼, 우리는 소금이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잠시 소금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나만 해도 최근의 여행에서 탈수와 나트륨 부족으로 반나절만에 컨디션이 급격히 악화된 경험이 있다. 아마도 빠른 시일 내에 인류는 허덕이다 역사를 마감하겠지.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말에 소금이 괜히 끼어 있는 게 아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는다던데. 우리는 매일 소금을 먹지만 단 한 번도 그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그렇게 잊혀지는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소금 같은 사람들이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없으면 모든 것이 흔들리는 사람들. 묵묵히 역할을 다하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 출근길마다 같은 자리에 서서 신호등을 조정하는 사람들. 우리가 출근하기 전에 이미 바닥을 닦아 놓은 사람들. 깔끔한 거리와 깨끗한 수도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 언제나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결과를 보여 주고.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는 늘 그들을 잊고 살곤 한다. 우리의 시간이 온전히 우리 것이 되게끔 해 주는 사람들. 소금이 없다면 절임 음식들은 썩어 버리고, 생선도 오래 가지 못한다. 소금도 그렇게 시간을 붙잡아 준다. 날것을 썩지 않게 하고, 지금의 맛을 오래도록 보존한다. 하지만 자신은 그 과정에서 완전히 녹아 사라진다. 어쩌면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오래 지속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