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
요새 엄청난 업무의 폭풍에 휩싸여 있는 듯한 나현 님의 편지를 읽다 보니, 공감 가는 내용이 참 많네요.
저도 초년차 때 ‘변호사님~’이라는 호칭을 매우 어색해하며 일을 시작했던 때의 기억이 있었는데요. 어느 순간 ‘그렇게만’ 불리는 게 익숙해져서 누군가가 저를 직함을 떼고 ‘현아 님’이라고 부르면 그게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 때가 오기도 하더라고요(지금은 둘 다 좋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이 ‘변호사’라는 ‘업’과 분리되지 못하고 매몰되어서 허덕이던 때도 있었고요.
나현 님의 표현처럼 저도 업을 시작하고는 4~5년 간은 ‘직업인으로서의 적합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고 일에 엄청 몰입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직업’ 외의 ‘나’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차츰차츰 ‘업’과 ‘나’를 분리해서 ‘나 스스로’를 좀 더 챙기는 노력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 노력 중 하나가 저도 ‘요가’였던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 나현 님과 약간의 ‘표현의 차이’를 두어보며 이야기를 해 나가 볼까 합니다.
예전에 어떤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는데, 어떤 아이돌 출신 연예인 분이
“저는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스위치를 on/off 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일을 할 때는 연예인 OOO으로서의 스위치를 on 하고, 무대에서 내려와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그 스위치를 off 하면서 자연인 OOO으로 살아간다. 그래야 온전하게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오래도록 활동해 나갈 수 있다.”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아요.
이 이야기에 빗대어보면, 나현 님은 요가를 하는 순간 ‘직업인으로서의 변호사’ 스위치를 off 해버리고, ‘자연인’ 혹은 ‘요가인’으로서의 스위치를 켜는 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저는 요가복을 입고 요가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새로운 세계와 ‘연결’되는 느낌이 좋은데요. 덜 진지하고 덜 심각하고 덜 긴장하고 덜 예민해도 되는 유~한 내 모습을 그대로 편하게 드러내놓을 수 있는 나만의 세계와 연결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나현 님이 말했던 ‘외투 혹은 슈트’는 우리를 딱딱하고 진지하고 심각하고 긴장하고 예민하게 만들어 타인을 도와주고 또 한편으로 나 자신을 지켜내도록 만들어진 ‘외투/슈트’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외투와 슈트를 벗고 요가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나의 말랑말랑하고 연한 속살(똥배일수도요...ㅋ)을 좀 편하게 드러내어 놓아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되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긴장 없이 말랑말랑해진 마음과 표정으로 함께 요가를 하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다능 선생님과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막간의 수다를 떠는 그 시간들이 ‘날것(?)으로 연결된 기쁨’으로 다가옵니다(화장을 하지 않은 완전한 민낯으로 요가를 하러 가기 때문일까요ㅎㅎ 저의 쑥스러운 민낯을 귀엽다고 해주는 다능 선생님 때문일까요.ㅎㅎ).
한편으로는 요가에 집중하는 시간은, 여러 가지 다양한 도파민적 요소로 가득 찬 스마트 디바이스를 off 해버리고, ‘오프라인 현실에서의 연결성을 on’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고요.
또 요가 덕분에 우리 4명이 함께 이런 이야기들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연결성이 생기기도 했고, 요가를 할수록 서로 할 이야기들이 늘어나기도 하니, 또 그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달 전쯤인가...
다능 선생님이 수업 중에 비라바드라 2번 자세를 안내하면서 “세상과 연결되듯 쭉 뻗어보세요. 다리는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팔은 넓게 펼쳐 보면서...”라는 멘트를 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날 수업에서 “세상과 연결되듯~”이라는 표현을 2~3번 정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다능 선생님한테 가서 “쌤~ 오늘 그 표현에 좀 꽂혀 계신가 봐요?”했더니, 다능 선생님이 수줍게 웃으면서 “네~요새 꽂혀 있는 말이에요.”하시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저는 ‘요가라는 새로운 세계’에 연결되기 위해 요가를 하러 요가원에 가는데, 다능 선생님은 이미 ‘요가 속에 몸을 담고 있는 상태’이니 또 한편으로는 다른 새로운 세계에 연결되어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클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다능 선생님이 ‘연결되어 보고 싶은 세상’은 어떤 것일까요?
어떤 새로운 세계와 연결되어 보고 싶으세요?
[사진 : 황현아 作, 행복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