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능
요즘 현아 님의 귀여운 모습을 자주 뵐 수 있어 너무나 즐거워요.
한 달 전 현아 님께서 오전 수업을 듣고 저에게 오셔서는 설레어하시면서 “오늘은 무슨 날일까요~?”라고 여쭤보셔서, 제가 고민해 보다가 “음.. 오늘은 현아 님 생일이요!”라고 외쳤던 기억이 나는데요.
현아 님은 “오늘은 제가 연강으로 수업 듣는 날이에요~”라고 신나며 이야기하시곤 다시 수련실로 들어가셨어요. 그 뒤로 오실 때마다 거진 연강을 듣고 계시고요.
그만큼 일에 off를 하시곤 요가의 세계에 들어오신 현아 님을 뵈면 너무 행복해 보이세요.
생각해 보았는데, 저는 일과 일상을 분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요가가 곧 저고, 제 삶이어서 그런 듯합니다.
지선선생님도 그러하실까요?
저희 아빠는 저에게 “항상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었는데 다행히 그러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저에게 ‘새롭게 연결되고 싶은 세상이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는데, 아직은 요가가 저에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알려주는 것 같아요. 하면 할수록 그 세계가 커지는 느낌이에요.
수련시간에 선생님께서 “다능 선생님은 제일 하고 싶은 아사나와 제일 좋아하는 아사나가 뭐예요?”라고 물으셨는데, 저는 제일 좋아하는 아사나는 '안자니아사나'이고, 하고 싶은 아사나는 '핀챠마유라'라고 답했어요.
하다 보면 아사나는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고 시르사파다가 점점 편해지는 저는 브륵샤아사나가 점점 저에게 따라오는 아사나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아사나도 저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도 같아요.
그리고 요가 외에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게 요즘 저의 고민이에요.
남들 눈에 제 표정과 몸짓에서는 제가 호불호가 분명히 보인다 하는데 저는 그 순간 제 행동을 보지 못하니까요.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감각할 수밖에 없는데 저의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수업시간에는 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라고 말을 건네면서 정작 제 마음을 보는 연습은 게을리한 것 같아요.
세분은 내가 원하는 게 매 순간마다 온전히 알아차려지실까요?
저는 요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잘 들여다볼 수 있는데, '요가 외에 김다능이란 일상'을 들여다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작년쯤이었나, 너무나 제 상황이 힘들어서 저희 형부에게 전화를 걸어 “형부, 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형부가 “다능아, 난 정말 늘 궁금했는데 넌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어보셨었거든요. 그때 전 “요가를 통해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고 싶어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전 늘 남들에게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늘 의견을 물어보고는 했는데, 정작 제가 저 스스로에게 “넌 무엇을 원해? 넌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물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저의 선택을 믿지 못해서였을까요?
저는 정말 엄한 부모님 밑에서 막내딸로 자랐고 언니가 하고픈 것, 부모님이 원하시는 것을 따라 하는 게 저의 행복이었어요. 그래서 제 의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살아오니 그게 제 발목을 잡을 때가 생기고 또 지내보니 전 호불호가 강한 사람이어서 저조차 알지 못하는 호불호 때문에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의 호불호가 제 얼굴에서 몸에서 보이기 때문에 저의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어서요. 상대에겐 상처를 주는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안전한 방향을 따라가고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중에 노래와 요가만큼은 제가 선택한 것인데 그 외에는 어떠한 선택을 해본 적이 없으니 매 순간 당황하고 어려웠었던 것 같아요.
남들 말고 제 기준에 제가 어떤 사람이고 제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편해하는지 자주 물어보는 연습을 하면서 ‘호불호가 명확해지는 저의 세계’를 이제야 갖고 싶어지고 있어요.
글을 쓰다 보니 요가와 연결되어 제가 요즘 빠져있는 것들을 찾는다면 제 '감성을 표현해 내는 작업들'인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것이요.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다가 문득 들어오는 생각이나 문장이 있으면 그걸 풀어서 글로 쓰는 연습, 또 음악을 들으면서 좋은 음악이 나오면 이 음악을 요가수업에 넣어서 풀어보면 좋겠다 하며 플레이리스트를 쌓아가는 것도요.
겨울이 지나고 날이 많이 풀리니 시간 날 때마다 걷는 시간이 많아지고 걸으면서 구석구석 작은 꽃집들과 공방들을 보는 것들도 하고 있고요.
저희 오랜만에 뵈었던 날 주말에 말씀드렸던 훗날 제가 하고 싶은 것인데요.
꽃, 향기, 자이로토닉, 요가를 결합한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어요. 작은 샵처럼 판매도 하고 수업도 하는 공간이요.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런 요소들을 결합해 편안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너무 멀지 않은 2~3년 안에 만들고 싶어요.
그때 꼭 놀러 와 주셔야 해요.
늘 제가 '사업을 한다면,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차린다면, 어떠한 형식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오래 고민해 왔는데 조금씩 그 세계가 열리는 것 같기도 해요.
전 ‘제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직업, 일들’은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일상에서의 김다능이 좋아하는 것들, 불편해하고 즐거워하는 것들을 잘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순간에 불편함을 느끼고 이런 것들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요가만큼이나 자세히 봐야겠단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가 불편하지 않으니 필요성을 잘 못 느꼈던 것 같은데, 누군가와 같이 하는 삶을 산다면 알아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현아 님, 저처럼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그것 외에는 잘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실까요?
[사진 : 김다능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