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현아

by 오늘도 나마스떼

어쩌다 보니, 제가 다능님 편지를 다시 받아 재차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저는 보통 글을 좀 꽤 빨리 쓰는 편인데, 다능님의 이번 질문은 참... 한참 동안을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이었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이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이 걷잡을 수 없이 많이 쏟아져서 빨리 글을 써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다능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생각이 났는데요.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말 그대로 “나 스스로를 알라”라는 뜻 외에 “내가 모른다는 사실 또한 알아라.”라는 뜻도 담겨있다고 해요. 이렇게 생각해 보니 요즘에 와서는 ‘메타인지’라고 불리는 것에 관한 격언이었구나 싶네요.


살다 보면 가끔씩 영화 <식스센스>에서의 충격 반전처럼, ‘그동안은 몰랐거나 안 보였던 것’이 한순간에 갑자기 모두 보여서 알게 되거나 깨달아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계기로 시야나 시각이 확 바뀌거나 혹은 가려져 있거나 숨겨져 있던 사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때요.


그래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요. 어쩌면 다능님이나 저나 ‘내가 모른다/몰랐다는 것’을 명확히 깨닫게 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의 어떤 기간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기간’이고, 다른 어떤 기간은 ‘나보다 타인에게 집중하게 되는 시간’으로 주어질 때가 있는데요. 그중에 ‘나보다 타인에게 집중하게 되는 시간’ 동안에는 ‘내가 모른다/몰랐다는 사실’을 많이 깨닫고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다능님이 “제가 불편하지 않으니 필요성을 잘 못 느꼈던 것 같은데, 누군가와 같이 하는 삶을 산다면 알아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한 말은 결국,


“나에게만 집중할 때는 몰랐는데, 어떤 계기가 있어 타인에게 집중을 해보다 보니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사실’을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요새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업무적으로도 그렇고 여러 가지 상황상 ‘저 자신’보다 ‘타인들에 대해서’ 더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고, 생각을 거듭할수록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이 무한정 떠올라버리더라고요.


머리가 복잡해져서 ‘가늠이 안되다.’는 뜻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어요. ‘어림잡아 헤아릴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그 의미를 생각해보다 보니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잘 헤아리고 있었다고 착각하고 오해하고 살고 있었는지’에 관해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가늠이 어려운 것'과 관련해서 가장 대표적인 것을 들어 이야기하자면,


저는 좀 사람이 단순한 데다가 ‘좋고 싫은 것’ 혹은 ‘저의 생각과 의견’을 좀 명확히 그리고 신속하게 표현하는 편이기도 하고 일단 얼굴에 좋고 싫은 티가 많이 나는 편인데, 저와는 달리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들을 헤아리는 능력이 좀 부족했다는 것을 요새 깨닫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서로의 생각이나 의견, 감정에 대해서 소통이 명확하게 잘 되어서 서로 잘 헤아리게 되는 것이겠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 소통이 좀 잘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능력이 있다면 덜 오해하고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고요.


그러려면 결국 나보다는 타인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그리고 길게 관찰과 집중을 해야 하더라고요.


어찌 보면 그동안의 삶은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비록 그 시간들이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었다고 하더라도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집중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이었고, 그 시간들 덕분에 ‘나에 대해서는 단순하고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면,


앞으로의 삶은 ‘잘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타인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고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시간들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이나 실현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다방면으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해보려 합니다.




그나저나 약 1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다능 님에게 “선생님은 앞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거나 “선생님도 나중에 스튜디오 차리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거나 한참을 고민하면서 답을 못하셨었는데, 이제 좀 하고 싶으신 게 구체화되신 것 같아, 왠지 제가 다 뿌듯하네요!


꽃, 향기, 자이로토닉, 요가를 결합한 스튜디오라니. 말만 들어도 너무 멋있어요~ 꼭 초대해 주세요!


그리고 굽이굽이 높디높은 일주일이라는 산을 오르며 여러모로 많은 땀을 흘렸을 나현 님, 이제 가만히 걸터앉아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는 주말을 즐겁게 맞이하고 있나요?


그동안 나현 님이 땀을 열심히 흘리면서 어떤 보람 있는 일들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가장 뿌듯하거나 보람이 있는 일은 어떤 일이었어요?



[사진 : 황현아作, 가늠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