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 내어 일요일 밤에 굽이굽이 펴내면 정녕 월요일이 오지 않을까요. 일요일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같은 두 인격이 다시 교차하는 일요일 밤이면 온 마음이 술렁거립니다. 매주 겪는 일이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네요.
싱숭생숭했던 일요일 밤이 지나 월요일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주말 동안 쌓였던 연락이 몰아서 오기도 하고, 일주일 치의 상담 일정을 잡거나, 다가올 재판을 준비하면서 정신없이 흘러가는데요.
허겁지겁 숨도 못 쉬게 몰아치면서 월요일을 보내다 보면 남은 평일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집니다. 일주일의 시작인 만큼 정신을 잘 차리고 보내고 싶지만 눈 깜박할 사이 이미 월요일은 저만치 흘러가 있습니다. 평일로 전환되었으나, 주말 동안 배어있던 자아(?)의 잔여물이 남아있어 버퍼링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월요일은 일곱 개의 요일 중 가장 큰 존재감으로 다가오고, 늘 잘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요일입니다. 이런 애증(?)으로, 저는 꼽으라면 월요일이 가장 특별한 요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산등성이를 오르는 기분으로,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내려오는 기분으로 보내는데요. 이번 주처럼 중간에 공휴일이 있으면 평일의 숫자가 적어져 그만큼 더 밀도 있는 하루를 보내야 하기에 산등성이의 경사도는 더 높아지고, 덩달아 난이도도 올라가지만 그럼에도 공휴일이 주는 설렘으로 그 어려움을 견디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일에는 직업인의 외투를 잘 입고 있다가 휴일에는 그 외투를 벗어두고 생활하게 되는데요. 외투를 너무 오래 입고 있어서 그 외투를 나로 착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면서 외투를 벗은 내 모습도 잊지 않으려고 ‘휴일의 나’와 ‘평일의 나’는 일부러라도 분리하려고 합니다.
외투를 벗기 위한 모종의 의식으로 평일에는 끼지 않는 뿔테 안경을 끼기도 하는데요. 슈퍼맨이 클라크 켄트로 돌아갈 때 검은색 뿔테 안경을 썼던 것처럼 저도 변신이나 한 것마냥 안경을 바꿔 끼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평일의 나와 휴일의 나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제가 의뢰받은 사건에 잠식당하지 않고 매몰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네요.
약 10년 전 처음 직업인이 되었을 때의 생경함이 아직도 떠오르는데요. 저를 부르는 호칭이 낯설어 바로바로 대답하지 못했던 기억인데요. 당시에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온몸에 이물감이 가득했었습니다. 언제쯤 내 몸에 딱 맞는, 어벤저스와 같은 슈트를 입고 날아다닐까를 생각하곤 했었는데요.
직업인으로서 적합한 모습은 어떻게 갖추는 것일까를 고민하던 밤을 지나, 이제는 어떻게 직업과 단절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모습에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 저를 퐁당퐁당 평일과 주말로 데려가지만, 가끔 연이은 평일이 너무 길게만 느껴지고 고단함이 목까지 차오를 때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곳으로, 나에게 그 무엇도 묻지 않는 곳으로 가는 심정으로 요가원으로 갑니다. 단절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요가원으로 향합니다.
세상과 저를 연결하던 모든 전자기기와 갑옷 같던 겉옷을 사물함에 벗어두고 잠그는 순간, 이토록 손쉽게 세상과 단절되면서 맨발로 매트 위에 서는 순간 홀로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이 느낌은 생경하면서도 제게 필요한 감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련생들이 요가원에 함께 있지만 침범할 수 없는 각자의 공간은 매트로 구분되어 있고, 수련 도중 눈을 감는 순간 눈앞의 존재들도 모두 사라져 버리게 되는데요.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으로 인지하는 세상은 시각이 주는 자극이 사라져 더 넓고 깊은 세상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요가원은 과연결로 인해 혼자 있을 시간이 없어진 제게 비로소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시공간을 선사해 주었고, 수련하는 도중 종종 시각을 차단하면서 복잡한 세상의 외피에서 벗어나 단순한 생각과 마음으로 재정비할 수 있게 되는데요.
그러한 재정비가 간절해 만사를 제쳐두고 요가원에 가기도 합니다. 복잡한 세상에 현혹되지 않고 단순한 생각과 마음으로 단단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으로 요가 수련에 임합니다. 수련을 마치고 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수련 전보다 조금 더 제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진 거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잠시의 단절이 다시 연결될 힘을 주어 요가 수련을 마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게 세상과 접속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요가가 준 또 하나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편지를 쓰다 보니 아주 늦은 밤이 되었네요. 현아 언니는 요새 어떤 마음을 담아 요가 수련에 임하고 있나요. 좋은 꿈 꾸고 일어나서 답해주세요.
[사진 : 안나현 作, 잠시 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