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을 돌이라 하다니요 - 한비자
어떤 팀장이든 최고의 인재들로 팀을 꾸리고 싶어한다. 나에게 저런 팀원이 있다면 더 큰 성과를 낼 텐데 하며 다른 팀의 인원을 탐내기도 한다. 왜 나의 팀에는 저런 인재가 없을까 하고 한탄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팀원들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한다.
당신이 팀원이었을 때의 경험을 살려보자. 옆 팀에 들어간 동기는 실적이 날만한 주목 받는 과제를 하고 있다. 팀이 잘나가서 성과급도 받고 분위기도 좋아서 부럽다. 또 다른 동기는 좋은 팀장과 멘토를 만나 하루하루 성장하더니 자신보다 일년 먼저 승진했다. 나는 별볼일 없는 팀에서 팀장의 신뢰도 받지 못하고 그저 평범한 팀원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경험이다. 물론 항상 잘나가던 사람도 소수나마 있겠지만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이직해서 처음 입사한 연구소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동료들은 나의 성실함과 독특한 시도들을 보며 칭찬했지만 팀장님께는 그리 큰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과제를 제안하고 그에 맞추어 새로운 연구소로 옮기고 나서는 달랐다. 나름 책임감이 더해져 더 파고든 것도 있지만 별 볼일 없는 나를 믿고 일을 맡겨주신 센터장님 덕분에 꽤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실제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케이스를 자주 보게 된다. 이 팀에 있을 때는 평범하던 친구가 다른 팀에 가서 에이스가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자주 있다. 내가 평범한 팀원 대접받던 팀에서 특히 이런 일을 자주 겪었다. 그때 그 팀 별명이 사관학교였다. 그 팀에 있다가 다른 팀으로 옮기면 옮겨간 팀의 에이스가 되거나 얼마 후 팀장이 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팀장들을 양성하는 사관학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당시 팀장님은 사람 보는 안목이 매우 뛰어나셔서 정말 괜찮은 사람들을 모아 들였지만 성과에 욕심이 많은 분이 아니었고 그래서 팀원들이 크게 인정받을 기회도 적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이 성과를 내는 팀으로 옮겨가면 에이스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던 것이다.
전국책에는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는 보옥이 등장한다. 전국시대 왕들이 서로 탐낼 정도로 유명해 쟁탈전까지 벌어진 보물이다. 이 화씨지벽에는 재미있는 기원이 있다.
초(楚) 사람 화씨(和氏)가 초산 속에서 옥덩어리를 발견하여 그것을 두 손으로 받들어 여왕(厲王)에게 바쳤다. 여왕이 옥인(옥세공사)에게 그것을 감정시켰다. 옥인이 말하기를 ‘보통 돌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은 화씨가 자기를 속였다고 여겨 그의 왼쪽 발을 자르는 벌을 내렸다.
여왕이 죽고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또 그 옥덩어리를 두 손으로 받들어 무왕에게 바쳤다. 무왕이 옥인에게 그것을 감정시켰다. 또 말하기를 ‘보통 돌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또 화씨가 자기를 속였다고 여겨 그의 오른쪽 발을 자르는 벌을 내렸다.
무왕이 죽고 문왕(文王)이 즉위하였다. 화씨가 이에 그 옥덩어리를 껴안고 초산 기슭에서 큰 소리로 울었다. 사흘 밤낮을 울어 눈물이 다 마르고 피가 흐를 정도였다. 왕이 그것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그 까닭을 묻기를 ‘천하에 발 잘리는 형벌을 받은 자가 많다. 자네는 어찌 그렇게 슬피 소리 내어 우는가’라고 하였다.
화씨가 대답하기를 ‘저는 발 잘리는 형벌을 받은 것을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것이 보옥 인데도 보통 돌이라 불리고 제가 정직한 사람 인데도 거짓말쟁이로 불리는 것이 슬픕니다. 이것이 제가 슬피 우는 까닭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곧 옥인을 시켜 그 옥덩어리를 다듬게 하여 보옥을 얻었다. 드디어 이름 붙여 ‘화씨지벽’이라고 하였다.
- 한비자 (한길사, 이운구 옮김, p199-200)
화씨가 슬펐던 것은 형벌을 받아서가 아니다. 옥을 옥으로 알아봐주지 않는 사람들이 슬펐고 확인해 보지도 않고 그것을 돌이라 하는 것이 억울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그 안에 옥을 품고 있을 수 있다. 당신의 팀원들 동료들도 옥을 품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돌들을 떼어내고 잘 다듬기 전에는 어찌 옥인지 알 수 있겠는가? 그러니 찬찬히 잘 살펴서 어떻게 하면 그 안에 든 옥을 가치 있는 보옥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 옥이 없음을 슬퍼할 것이 아니라 내가 옥을 옥으로 볼 만한 안목이 없음을 한탄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정말로 인재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내가 인재를 알아볼 안목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인재를 키울만한 역량이 있는 사람인지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 손안에 옥을 쥐어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