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밥그릇을 노리는가

썩은 쥐를 물고 끽소리를 지르다 - 장자

어느 날 팀장님이 날 부르셨다.


“J부장과 함께 일해야겠어.”

J부장님은 팀장님 다음으로 년차가 높은 팀내 최고참 연구원이었다. 당시 하나의 파트를 맡은 리더였고 담당 과제가 조만간 Spin-off하여 팀장이 될 예정이었다. 보통 파트 리더에는 차장급이 많았고 나도 차장으로 하나의 파트를 담당하고 있던 때였다. 같은 파트리더지만 직급, 연차, 경력, 나이 모두 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을 파트원으로 받으라니 나를 밀어내겠다는 것인가?


팀장님은 잠시 함께 할 것이라고 했지만 나로써는 껄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결국에 가서는 내 파트리더 자리를 내어주어야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한동안 J부장님과 함께 일해야 했다. 리더까지 했던 고년차 연구원에게 실무 실험을 시키기도 어려웠기에 고객을 만나러 간다든가 하는 대외 업무를 함께 했다. 재미있는 것은 나도 파트리더지만 난 실험을 하고 있었다. 난 두려웠다. J부장님이 업무를 장악해서 나를 밀어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은근히 파트의 중심업무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팀장님께는 나보다 높은 직급의 사람에게 잡일을 맞길 수 없다고 핑계를 댔다. 하지만 아마도 J부장님도 눈치를 챘을 것이다. 내가 중간에 뭔가 술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을 부담스러워하고 견제 하고 있다는 것을.


장자 외편 추수에는 혜자(惠子, 혜시惠施)와 장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혜자는 장자의 친구로 장자에 자주 나온다. 짓궂은 장자가 자주 희화화 하지만 나름 당대의 명사로 이름을 떨치던 사람이다. 물론 장자에서는 약간 모자란 친구로 자주 나오지만.


혜자가 양(梁)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가 그를 만나러 갔다.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말했다.

“장자가 오는 것은 선생님 대신 이 나라 재상이 되려는 것입니다.”

혜자는 겁이 나서 나라 안에 사람을 놓아 사흘 낮 사흘 밤을 두고 장자의 행방을 찾게 하였다.


그 뒤에 장자가 찾아와 만나서 얘기하였다.

“남방에 새가 있는데 그 이름을 원추(鵷鶵)라 부른다네. 자네도 그것을 알겠지? 원추라는 새는 남해에서 출발하면 북해까지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단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네. 그런데 솔개가 썩은 쥐를 갖고 있다가 원추가 날아가자, 그를 우러러보면서 끽 고리를 내며 자기 것을 빼앗을 까봐 놀랐다 하네. 지금 자네는 양나라 때문에 나를 보고 끽 소리를 내는 것인가?”

– 장자 (연암서가, 김학주 옮김, p419) -


자 이제 나와 J부장님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J부장님은 몇 개월 뒤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여 파트리더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2년이 안되어 팀장으로 독립하여 잘 나갔다. 그럼 나는? 내가 하던 과제는 몇 달 뒤 폐기되고 나도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결국 내가 그렇게 지키려던 내 밥그릇은 썩은 쥐였다. 팀장님은 잠시 혼란을 피하기 위해 J부장님을 내게 보낸 것인데 난 J부장님에게 밥그릇 싸움을 건 것이다. 정작 상대는 별 관심도 없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그 모습을 보는 팀장님은 내가 얼마나 한심했을까? J부장님은 자신을 욕심 많은 선배로 바라보는 날 얼마나 민망하게 여겼을까? 내가 만약 두 분의 의도를 잘 읽었다면 조금 더 크게 바라보았다면 그 몇 개월의 기간 동안 J부장님의 연륜을 이용하여 과제의 방향을 좀 더 잘 잡고 나갈 수 있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맺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인재를 줘도 밀어내는 좁은 아량으로 어찌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었겠는가?

나는 별것도 아닌 것에 목숨을 걸었었다. 내가 하는 일은 대단한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그 일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그 일을 하는 나도 별볼일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별볼일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내가 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지 않는다면 어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중요한 일, 폼나는 일, 주목 받는 일을 할 수는 없다. 회사의 모든 일이 그런 일들로 채워져 있지도 않다. 어떤 일은 지금 중요한 일일 수도 있고 어떤 일은 조금 지나야 빛을 보는 일일 수도 있다. 어떤 일은 꼭 필요한 일일 수도 있고 어떤 일은 그냥 해보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나에게 어떤 일이 주어질지는 내가 정할 수 없다. 나의 역량과 지식이 고려되어 주어지긴 할 것이다. 가끔 운이 좋으면 나의 취향과 선호도 반영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선택의 폭이 그렇게 넓지는 않다. 우리는 그렇게 주어진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회사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한다. 일을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자세다. 하지만 내 일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썩은 쥐를 물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끽소리를 질러대는 흑역사를 남길 수도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