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며칠 전 들렀던 킹스 크로스 역으로 향했다.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다시 파리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유로스타가 정차하는 세인트 판크라스 역은 킹스 크로스 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돌아가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만 타면 이 여행은 모두 마무리되는 것이었다.
유로스타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해저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다 밑을 지나간다는 느낌은 여전히 실감 나지 않았다. 갑자기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유로스타를 처음 탔던 무렵 해저터널을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 나 보았던 길고 투명한 유리관 정도로 상상했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런던에서 출발한 열차는 그렇게 아무 일 없이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 북역 바깥으로 빠져나가 잠깐이라도 파리 시내를 구경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정도의 시간적 심리적인 여유는 없었다. 내일 비행기를 타기 전, 몇 달 동안 유럽에서 구매했던 모든 상품들에 대한 소비세 환급을 받아야 했다. 소비세를 10퍼센트로 계산한다면 아이들 장난감부터 내 전자제품, 아내를 위한 선물까지 구입한 제품들이 많아서 못해도 이십만 원 가까이는 환급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오늘 머물 숙소도 일부러 공항 바로 가까이에 예약을 했다.
드골 공항으로 가는 rer기차에 올라탔다. 기차 내부는 몇 달 전 여행을 시작하면서 탔을 때처럼 지저분했다. 우리에게만 시간이 흐르고, 마치 이곳만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공항 터미널 역에 내린 후 숙소인 이비스 호텔로 향했다. 다행히 호텔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고 말았다. 예약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혹시 예약이 잘못되었나 싶어 핸드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다시 확인했지만 예약 상태는 이상이 없었다. 그렇다면 실수는 내가 한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예약 대행 사이트나 호텔에서 예약을 누락한 것일지도 몰랐다.
거의 세 달이 되어가는 여행 동안 예약자 명단에 이름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는 리셉션 직원에게 강한 어조로 예약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아봐 달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모니터를 살핀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난감한 마음에 나는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다시 한번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곳 호텔의 이름이 내가 예약한 호텔과 미묘하게 달랐던 것이었다. 내가 예약한 호텔은 '이비스 호텔'이었는데 지금 찾아온 곳은 '이비스 스타일 호텔'이었다. 알고 보니 이 근방에 이름에 '이비스'가 들어가는 호텔이 두 군데나 있었던 것이었다.
조금 전 급한 마음에 리셉션 직원에게 다그치듯 말한 것 같아 미안함과 민망함이 교차했다. 프런트 직원에게 얼른 사과하고 재빨리 호텔을 빠져나왔다.
"아빠, 이번에는 진짜 우리 호텔 가는 거 맞죠?"
"응...... 참, 너희들 아까 거기에 두고 온 짐은 없지?"
짐만 가지러 돌아가는 건 너무 민망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맞아야 할 텐데......'
여행 막바지, 이제 여행에 제법 익숙해질 법도 할 시기,
나는 여전히 서툴고 불안한 여행자였다.
그저 오늘도 보통의 여행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