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추억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는 일찍 숙소로 들어왔다. 입가심을 위해 어제 마트에서 구입한 ‘산 미구엘’ 맥주 한 캔을 먹으며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검색해서 들었다.
알람브라 궁전에서 바라본 이슬람 마을 '알바이신 지구'
이 곡이 만들어진 데는 사연이 있다. 이 곡의 작곡가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이다. 그는 이곳 알람브라 궁전에서 제자였던 콘차 부인에게 고백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 후, 기타 연주자일 뿐만 아니라 작곡가였던 타레가는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이 아름다운 기타 연주곡을 작곡했다. 그래서일까? 시종일관 떨림 가득한 트레몰로 주법으로 연주되는 슬픈 멜로디는 마치 실연 직후의 흐느끼는 심정을 그리는 듯하다.
내가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곡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기타를 배우기 위해 구입했던 교재 ‘이정선 기타 교실’에서였다. 당시, 교재에 '알람브라' 대신 '알함브라'라고 표기되어 있던 까닭에 내게는 지금도 '알함브라'라는 말이 좀 더 익숙하긴 하다. 어쨌든 이 곡은 기타를 타악기로만 치고 있던 왕초보였던 내게, '언젠가는 반드시 사랑하는 이 앞에서 연주해 보리라'는 꿈을 꾸게 했던, 게임으로 치면 최종 보스 같은 곡이었다.
하지만, 왕기초곡 '꿈을 먹는 젊은이'만 주구장창 치던 나는 얼마 가지 못해 기타에 대한 흥미를 잃고 말았다. 잘생기고 돈 많은 차인표가 색소폰을 멋지게 연주하던 '사랑을 그대 품 안에'라는 드라마 덕분에 유행의 흐름이 기타에서 색소폰으로 바뀌고 있던 점도 단단히 한몫했다. 물론, 그 얄팍하기 짝이 없던 색소폰에 대한 열정 역시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음악 하나를 구하려면 몇 날 며칠이고 동네 레코드 가게를 찾아 헤매거나 카세트 라디오 녹음 버튼에 손가락을 얹고는 라디오 방송에서 그 음악만이 나오기를 하루 종일 기다려야 했던 시대가 떠올랐다. 그에 비한다면 요즘 음악을 감상하는 일은 정말 쉽고 편리해졌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얼마든지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드시 좋아진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껏 세련되고 화려해진 요즘의 음악에서 우리가 예전만큼의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것을 찾기 위한 수고로움과 간절함이 사라져 버려서 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https://youtu.be/AIzKsNIRrV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