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복권에 당첨된다면 ​

기분 좋은 상상

by 옥상평상




미국 복권 당첨금은 자그마치 1조 원이란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미국 복권에 당첨된다면

나는 먼저 조용히 사직서를 쓸 것이다.


그동안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정도의 한 줄 사직서로 한껏 건방을 떨 것이다. 그리고 직장에서 받았던 모든 것들을 직장에 둔 채 표표히 떠날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할까?


부모님 사는 집을 바꿔드릴 것이다. 우선 엄마가 10년 가까이 써오고 있는 낡은 부엌부터 개조해 사용하기 편리한 최신식 부엌으로 바꿔드릴 것이다. 그리고 집안 곳곳에 너저분하게 쌓여있는 수많은 아버지의 책들을 모아 아버지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만들어 줄 것이다. 돈이 필요한 형제들에게는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게 완료되면 비로소 나만을 위한 계획을 실행할 것이다.


아! 먼저 부모님 사는 집을 바꾸기 전에 이미 맥시멈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와 아내의 마이너스 통장을 갚아야 했다. 빚을 갚는 게 먼저라는 중요한 사실을 까먹었다. 아니다, 1조나 받았는데 순서 따위가 그리 중요할까? 당장 갚아버리면 그뿐인 거지.


아내도 직장을 그만두게 해야겠다. 아내는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힘들어하고 있다. 뭐 물론 아내가 애써 다니겠다고 하면 구태여 말리지는 않겠지만서도 말이다.


​이젠 또 무엇을 할까?


아내와 여행을 떠나야겠다. 아! 함께 여행을 떠나려면 아내가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구나. 안 되겠다. 설령 아내가 직장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직장을 그만두게 해야겠다. 일단, 초호화 크루즈를 타기로 한다. 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타고 다닐 것이다. 크루즈에서는 매일 뷔페를 먹고 책을 읽고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보고 브런치에 글을 올릴 것이다.


크루즈가 지겨워지면 또 무엇을 할까?


평소 살고 싶었던 도시에 한 달씩 살아보는 계획을 실천할 것이다. 국내도 좋고 국외도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서 살아보고 싶은 곳은 쿠바의 하바나이다. 담배를 끊은 지는 오래됐지만 그 한 달 동안은 시가를 물고 쿠바 현지인처럼 거리를 어슬렁 거리며 노천카페에서 책을 읽고 브런치에 글을 올릴 것이다.


만약 한 달씩 사는 것까지 지겨워지면 또 무엇을 할까?


그쯤 되면 사는 것 자체가 지겨워진 것 아닐까?

마지막에 죽고 싶은 장소로 찾아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릴 것이다. '죽으면 내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뽀대 나는 유언장도 작성할 것이다. 그런 다음 나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브런치에 글을 올릴 것이다.


그런데 브런치가 서비스를 갑자기 종료한다면?


죽으면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었던 남은 돈으로 브런치를 인수할 것이다. 그리고 작가님들이 줄곧 브런치에 아쉬워했던 보상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글 하나를 발행하면 10만 원씩, 댓글은 1만 원씩을 지급하는 것이다. 아니다. 혹시 형편없이 짧은 글로 시스템을 악용할 우려도 있을 테니 글자 하나당 100원씩은 어떨까?


어때, 금세 유튜브도 발라버릴 수 있겠지?


아~ 상상만으로 행복하다.


​그나저나 복권에 당첨되려면 복권을 사야 하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지난 10년 동안 복권을 사본 기억이 없다. 당장 이번 주말에는 복권을 사러 가야겠다.


근데 미국복권은 도대체 어디서 사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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