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음이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아내의 착각

by 옥상평상




​점심시간을 이용해 모처럼 아내와 데이트를 했다. 원래는 폼나게 브런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려고 했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냥 명태조림 정식을 먹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나는 이제 브런치 같은 서양음식보다 이런 우리나라 한상차림 밥상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나도 그래요. 직장 동료들도 나이를 먹기 시작하더니 브런치나 파스타보다 한식을 더 선호하더라고요.


혹시나 아내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먹지 못한 것을 섭섭해할까 봐 슬쩍 마음을 떠본 건데 아내가 만족하는 것 같아 천만다행이었다.


​식사를 하고 커피숍에 들렀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회사에서 가까운 카페로 골랐다.


​당신 마음이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그래요?


왜 예전에는 당신 얘기 조금만 하더라도 당신이 그게 왜 나 때문이냐며 발끈할 때가 많았거든요. 근데 엊그저께 서재 전등이 나가서 막 전선 타는 냄새가 났을 때 이거 당신이 스위치 올려둔 거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내가 물었잖아요. 그랬더니 당신이 내가 한 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둘러댔고.

내가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더 물어보니까 아, 내가 한 게 맞겠다고 인정했잖아요. 옛날 당신 같으면 절대 자기 잘못 아니라고 했을 텐데.


아...


정말 자기가 나이가 들면서 예민함이 많이 사라지긴 했어요. 아까도 내가 당신한테 자동차 코팅이 벗겨진 게 지난번 당신이 광낸다고 발랐던 약품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뭐라고 했는데도 그냥 웃으며 넘어가고...


​하하하


​나는 아내의 말에 호응하듯 사람 좋은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그러자 아내의 얼굴도 함께 밝아졌다. 모처럼 환해진 아내의 얼굴에 차마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사실 브런치에 올릴 글을 생각하느라 당신 얘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노라고는.


나는 결코 마음이 넓어진 게 아니었다.

그냥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던 것일 뿐.

나는 여전한 브런치 중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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