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중독자 아빠, 아들에게 한방 맞다.

정월대보름 달맞이 가족행사에서

by 옥상평상


요즘 나는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도 계속 브런치를 하고 있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의 브런치 앱에 들어가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서랍 속 글을 다듬고 있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을 맞아서 제주에서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사라봉으로 달맞이 구경을 갔다. 2년 전 추석에는 코로나 이동제한으로 나 혼자 명절을 쇠러 서울에 왔었는데 남은 세 식구는 사라봉에서 달맞이를 했던 모양이다. 그때 보았던 보름달이 유난히 밝고 크게 느껴졌던지 아내와 아이들은 사라봉에서 정월대보름 달맞이를 하자고 했고 나 역시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가족이래 봐야 덜렁 우리 네 식구뿐이었지만 그래도 모처럼의 가족행사였다. 자주 가는 대패 삼겹살집에서 저녁 외식을 한 후 우리는 사라봉으로 향했다.


볶음밥에 치즈까지 얹어 먹어서였을까? 고작 해발 150미터 정도 높이의 사라봉은 오늘따라 에베레스트만큼이나 높게 느껴졌다. 숨이 턱에 찬 상태로 헉헉 거리며 간신히 올랐다. 유난히 가까워 보이는 노란 보름달을 보고 식구들과 사진 몇 장을 찍은 후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 아니, 사실은 브런치에 올릴 글을 생각하고 있었다. 발행하려고 계획한 글이 영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었다. 몇 개의 문장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문단 몇 개의 이어짐이 논리에 맞지 않아 답답한 상태였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혹시나 잊어먹을까 싶어 바로 고칠 요량으로 핸드폰을 꺼내어 브런치 앱을 열었다.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끌벅적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때는 코로나 때문에 아빠만 서울 가고 우리끼리만 와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같이 오니까 좋지?
응. 가족 모두 오니까 좋아.
나도.
근데 아빠는 별로 안 좋은가 봐. 아까부터 혼자 앉아 핸드폰만 하고 있어요.
아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 같으니까 네들이 이해해 줘.


계속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들려오자 불안한 마음에 얼른 글을 저장한 후 다시 가족에게로 와 사진 몇 장을 다시 찍었다.




달맞이를 마친 후 내려가는 길이었다. 큰 애가 내게 다가왔다



아빠 브런치 중독 같아요.


그래?


뜨끔했지만 짐짓 태연한 척했다.


요즘 글을 쓸 시간이 좀 생겨 아빠가 쓸 수 있을 때 많이 쓰고 싶어서 그래. 이 기회를 이용해 글쓰기 실력을 늘려보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해해 줄 걸라 생각했다. 적어도 우리 큰 아들은.

하지만 아들의 대답은 내 기대와 많이 달랐다.


아무리 그래도 아빠! 가족들과 같이 있으면 가족들과의 대화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어요. 특히 오늘같이 모처럼 밖에 나왔을 때는 더요. 우리도 핸드폰 하고 싶은데 안 하고 있잖아요.


큰 애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요구에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이야기하며 대화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브런치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뿐이었다.

과연 나는 이 강력한 브런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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