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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Feb 13. 2023

천사가 있던 카페

카페 맘 앤 타르트


하루종일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휴일 오후.


애월 해안도로에 위치한 식당 잇칸시타를 왔다가 우연히 검색해서 가게 된 에그타르트 맛집이었다. 넓은 주차공간에 주차를 한 후, 무거운 가게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죄송해서 어쩌죠? 타르트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사장님이 너무도 미안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그 몇 마디 말이 차가운 겨울비에 얼었던 나와 아내의 마음을 녹였다.


아뇨. 세 개라도 살 수 있으니 다행이죠.


나는 그녀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괜찮다고 말을 했다. 사실 오리지널 타르트를 맛보고 싶어서 왔던 까닭에 감바스와 베이컨만 남아있는 게 아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세 개라도 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란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몇 년 전, 한 시간이나 걸려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가게였던 까닭에 굽이굽이 좁은 길을 따라 올라서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막 내리던 순간이었다.


예약하셨어요?
아. 아니요.
저희 가게는 원래 예약 손님 아니면 안 받아요.


그제야 아차 싶었다. 그래도 예약 손님만 받는다는 이야기는 인터넷 어디에도 없었기에 한번 사정을 해보기로 했다.


멀리서 한 시간이나 걸려 왔는데 어떻게 안될까요?
저희 가게는 원래 예약 손님 아니면 안 받거든요.


무표정한 얼굴과 억양이 로봇인 줄 알았다.

사정을 찬찬히 이야기해 보았지만 가게주인은 단호하기 짝이 없었다.  정말 토씨 두 개만 다른 같은 말을 내 앞에 뱉어 놓은 그녀는 가타부타 인사 하나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내게 있어 그 가게의 마지막 기억은 그녀의  차가운 뒷모습이었다.


타르트 포장과 커피 하나를 주문한  자리에 앉았다. 아내가 아까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 부담스럽다고 하기에  아내의 커피는 주문하지 않았다. 


커피 나왔습니다.


그런데 왠 일?

커피가 두 잔이다.


아, 애써 찾아오셨을 텐데 너무 죄송스러워 이거라도 드셨으면 해서요.


나는 오늘 타르트 가게에서 천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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