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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May 06. 2023

제주 속 열대 우림

엉또 폭포




아이들 중간고사가 모두 끝나고 처음으로 맞는 주말이었다. 서귀포에 가고 싶다는 큰 애의 요청으로 516 도로를 탔다. 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잔뜩 흐렸던 제주시와는 달리  화창한 날씨가 펼쳐졌다. 따뜻한 햇볕 가득한 세상이 마치 다른 세계로 순간 이동한 것처럼 느껴졌다.


연이어 내리던 비가 모처럼 그친 날인 까닭에 엉또 폭포에 가보기로 했다. 일반적인 폭포와는 다르게 평소에는 마른 상태였다가 큰 비가 내린 다음에야 볼 수 있는 특별한 폭포였다.  좀처럼 때를 맞춰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기에 몹시 기대가 되었다. 이십 년 가까이 제주에 살면서도 말로만 들었지 직접 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차를 세워 놓고 엉또폭포 방향으로 십분 정도 걸어가니 시원한 남쪽 나라의 풍경이 펼쳐졌다. 엉또 폭포가 멀리서 수줍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빠, 당장 공룡이라도 나올 것 같아요.
그러게. 아마존 정글 같다.
쥬라기 공원 같아요.


어릴 때부터 공룡을 좋아하던 작은 애가 환한 표정을 지으며 좋아했다.



길게 설치된 계단을 오르자 귓전을 때리는 폭포소리와 함께 엉또 폭포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비가 그친 뒤 제법 시간이 지난 까닭에 인터넷의 사진처럼 수량이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쉬움이 없었다. 기암절벽 사이로 힘차게 쏟아지는 새하얀 물줄기들은 마치 곱고 투명한 실다발을 걸쳐 놓은 듯 보였다.


아빠 엄마가 데려온 곳 중에서 여기가 제일 멋져요.
그래? 그 정도로 멋져?
대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져요.


평소 대화 속에서 곧잘 문어체를 쓰곤 했던 작은 애였다.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내일 날씨 좋으면 다시 한번 와요.


폭포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이번에는 잠자코 있던 고등학생  큰 아이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오후에 있는 학원 수업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떠야 하는 것이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래. 내일 날씨가 좋으면 다시 오자.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어깨를 두드리며 그러자고 했다.



이국적인 제주의 자연 속에서도 가장 이국적인 엉또 폭포를 뒤로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서귀포 시내로 향했다. 화창하기 짝이 없던 산간의 모습과 다르게 섶섬이 보이는 서귀포 바닷가는 안개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흐릿한 풍경이었다. 그 모습이 묘하고도 신비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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