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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Oct 10. 2024

사막이 보고파서

돗토리 사구





일본에도 사막이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바로 20 년 전에 보았던 일본드라마 히어로 때문이었는데 거기선 검사가 직업인 주인공 키무라 타쿠야가 사고를 쳐 좌천된 곳으로 등장했다. 여주인공인 검찰 사무관 마츠 다카코가 돗토리 사구로 찾아와  하이힐을 벗은 채 맨 발로 를 힘들게 찾아가던 코믹한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일본 유일의 사막을 보러 가기로 한다. 돗토리역에서 돗토리 사구를 찾아가는 길은 택시 아니면 버스 밖에 없다. 버스는 39번 버스인데 돗토리 역에서 탑승하면 30분이 안 되어 도착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일본 버스를 타는 일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천천히 시도해 보기로 했다.


39번 버스에는 돗토리의 마스코트가 그려져 있었다.

본의 버스는 우리처럼 탈 때 일괄적으로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탈 때는 번호가 적힌 정리권이라는 것을 뽑았다가 내릴 때 내 정리권의 번호를 보고 전광판의 요금을 찾아 그에 맞춰 요금을 내는 방식이라 복잡했다.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시내버스 역시 거리에 따라 요금을 더 내게 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 버스는 380엔이라는 정해진 요금만 내면 되었기에 마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복병이 생기고 말았다. 10엔짜리 잔돈이 모자란 것이었다. 그냥 400엔을 내버릴까도 생각하다가 20원도 아닌 200원을 포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살펴보니 운전석 옆에 동전교환기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 다른 사람이 내리면서 동전교환기에서 교환을 해 요금을 내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200원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돗토리 사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돗토리 사구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집트에서 봤던 사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소박한 규모였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시원한 풍경의 사막이 눈앞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파란 바다와 맞닿은 사막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이집트의 사막보다도 더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 아래로 뻗은 모래 무덤으로 한달음에 달려 내려가고 싶었지만 내 둔한 몸뚱이는 그런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듯  속 깊은 근육에서부터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전망대에서 사구로 내려가는 길은 걸어가거나 혹은 로프웨이 즉, 케이블카를 이용해 갈 수가 있기에 로프웨이를 이용해 내려가기로 했다. 오후에 돗토리 현립 박물관도 들러야 했으므로 체력을 아껴야 했다는 핑계였다. 절대 걷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돗토리 사구는 약 10만 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동해(이들의 자료에는 일본해로 나와있었지만 내가 임의로 고쳐 적었음.)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쌓이면서 발생했다. 거기에 육지부로부터 흘러 온 히노 강을 따라 축적된 모래가 축적되면서 거대한 모래언덕 즉, 사구가 형성되었다.

지난 백 년 동안 돗토리 사구의 면적은 계속 줄어 들어왔다.

토리 사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 규모와 지형의 다양성이다. 최고 높이 90미터에 이르는 모래 언덕과 최대 2km에 달하는 폭을 가지고 있으며, 모래 표면에는 바람의 흔적으로 생긴 문양인 풍문과 같은 패턴들이 형성되어 찾아오는 이들에게 독특한 느낌을 전해준다. 현재도 사구의 형태와 문양들은 바람과 강우에 의해 마치 살아있는 듯 수시로 그 형태가 바뀐다고 한다.



영화 '"에 나오는 주인공 '티모시 살라메'의 느낌으로 모래언덕을 올랐건만 내가 찍은 셀카에는 '티모시 살라메'는커녕 스타워즈에 나오는 거대한 털북숭이 괴물 '츄바카'만 있었다. 최근 여행을 오래 하면서 머리를 자르지 않고 가을볕에 그을린 탓도 있었지만 요 며칠 면도를 하지 않은 탓이 가장 컸다.


"사진 좀 찍어 주시겠어요?"


고개를 돌려 보니 일본인 젊은 여성 둘이었다. 츄바카는 얼른 그녀들의 스마트폰을 받아 들고 정성스레 사진을 찍어줬다. 비장의 기술을 동원해 최대한 밝고 다리도 길게 나오게 찍었다. 폰을 돌려주려는데 그녀가 내게 말했다.


"사진 찍어드릴까요?"


"아! 감사합니다."


비록 몰골은 말이 아니었지만, 일본 유일의 사막까지 와서 기념사진 하나 없이 돌아가는 건 안 될 될 같아 얼른 내 낡은 스마트폰을 건넸다. 그녀는 몇 컷 찍더니 역광인 것 같다며 방향을 바꿔 몇 컷을 다시 찍어줬다. 친절하기 짝이 없는 그녀에게서 폰을 받아 들고는 기대감을 갖고 사진을 확인해 봤다.


기엔 짜리 몽땅하게 찍힌 험한 몰골의 츄바카가 쓸데없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들은 그냥,

친절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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