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 투어

아레나- 카스텔 베키오- 에르베 광장- 로마극장- 산 피에트로 성

by 옥상평상

11살 일기

오늘은 정말 바쁜 하루였다. 마지막에는 줄리엣 누나에게 편지도 썼다.

9살 일기

힘든 날이었다. 어제 봤던 게임기도 다시 보고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레나 앞 광장의 인포메이션 센터로 향했다. 베로나 카드를 사기 위함이었다. 토요일 이른 아침임에도 인포메이션 센터 앞에는 몇 명의 관광객들이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센터 문은 닫혀 있었다. 9시 정각이 되자 문이 열렸다. 마음이 급했던 나는 서둘러 카드를 구입했다. 베로나 카드는 일종의 자유입장권인 까닭에 조금이라도 빨리 구입해야 많은 곳을 다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본전 이상은 뽑아야 한다는 얄팍한 계산에 몸과 마음이 분주했다. 한국의 놀이동산에서나 했던 버릇이 이곳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먼저 어제저녁 보았던 아레나부터 입장했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막상 안에서 보니 로마 콜로세움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이었다. 건축 당시 3만 명이나 수용할 정도의 크기였던 아레나로서는 콜로세움과 비교되는 것이 꽤나 억울할 것 같았다.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나라에 지어졌다면 행세 꽤나 했을 크기임에도 계속 콜로세움과 비교되며 동생 취급이나 당하니 있으려니 말이다. 놀라운 점은 이곳 아레나에서도 콜로세움과 마찬가지로 해상 전투 공연이 펼쳐졌다는 사실이었다. 이 아레나 경기장 전체에 물을 채운 채, 배를 띄워 공연을 펼쳤다고 하니 이천 년이나 전의 기술력이 그저 경탄스럽기만 했다.


이 고색창연한 건축물에서는 여전히 오페라 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베로나에서 해마다 열리는 오페라 축제에서 말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전통을 보존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현재와 융화시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그들의 힘과 열정이 부러웠다.

이곳을 통과해 생사를 가르는 시합에 나갔던 검투사의 심정은 어땠을까?

‘카스텔 베키오’ , 베키오 성으로 향했다. 베키오 성은 베로나 시내 중앙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피렌체에서 ‘베키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피렌체와 연관이 있나 싶어 검색했더니 ‘베키오’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그냥 ‘오래된’이란 뜻이라고 한다. 반대말은 ‘누오보(nuovo)'로 주로 다리 이름에 많이 붙어있는 단어이다. 스페인 론다 누에보 다리에서의 그 '누에보'와 같은 뜻의 말이다. 같은 라틴어를 어원으로 해서인지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에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군사요새로도 사용되었던 베키오 성은 견고하고도 위압적으로 솟아 있었다. 물론 외부 적의 침입으로부터의 방어가 첫 번째 이유였겠지만, 주민들의 복종을 이끌어내기 위한 계산 역시,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예로부터 높은 건축물은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달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민들에게서 수탈한 재산을 베네치아로 빼돌리다가 살해된 영주도 있는 것을 보면 , 저 높고 튼튼한 베키오 성도 영주를 완벽히 보호해주진 못한 모양이다.

베키오 성에서 굽어본 아디제 강과 베로나 시내의 모습

로마시대부터 있었다는 오래된 문 '보르사리 게이트'를 지나 '에르베 광장'에 들어섰다. ‘에르베’라는 말은 ‘약초’를 뜻하는 말로 옛날 약초시장이 열리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광장의 북쪽에 위치한 기둥 꼭대기에 날개 달린 사자상이 올려져 있었다. '날개 달린 사자'는 성인 '마르코'의 이콘으로 마르코 성인을 수호성인으로 삼고 있는' 베네치아'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때 이곳 베로나가 베네치아의 통치를 받았음을 증명하는 기념물이다.


유서 깊은 피에트라 다리를 건너 '로마극장'으로 향했다. 로마 극장은 말 그대로 로마시대에 연극 등을 공연했던 극장으로 아직 정비되지 않은 모습이 지금도 발굴 중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로마 극장'을 지나 베로나 시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산 피에트로' 성에 올랐다. 주말을 맞은 베로나의 소년 소녀들이 전망대 둘레에 자유롭게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르막 길을 한참을 거슬러 올라와 아이들도 나도 몹시 갈증이 났던 찰나, 소녀들이 수도꼭지에 입을 댄 채 물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립고도 반가운 모습이었다. 나와 아이들 역시 그들을 따라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베로나의 수돗물을 먹었다. 세상 어떤 생수보다도 맛있던, 베로나의 전망만큼이나 시원했던 물맛이었다.

산 피에트로 성 부근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베로나 전경

'산 피에트로' 성을 내려와 '산타 아나스타시아' 성당에 들렀다. 유럽에 온 이후로 성당을 많이 본 까닭에 성당 내부는 고만고만한 느낌이었지만, 힘겨운 모습으로 성수대를 이고 있는 꼽추 조각상이 인상적이었다. 베로나 시내의 전망을 볼 수 있는 종탑이 있다는 두오모 대성당에 들렀다. 하지만, 종탑의 관람시간이 이미 끝나 있어서 성당 내부만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어제저녁에 들러 사진을 찍었던 '줄리엣의 집'으로 향했다.


어제 입장하지 못했던 줄리엣의 집 전시관을 베로나 카드를 사용하여 무료로 입장했다. 아마도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에 등장했던 줄리엣에게 쓰는 손편지는 이제 사라진 모양이었다. 그 대신, 전시관에 비치된 컴퓨터를 이용해서 줄리엣에게 이메일을 남길 수 있었다. 손편지가 아닌 이메일이라니. 만약,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에 손편지가 아닌 이메일이 등장했다면 그토록 감동적일 수 있었을까?

성수대를 힘겹게 이고 있는 산타 아나스타시아 성당의 꼽추

우리의 일우는 아까부터 나름의 독수리타법으로 줄리엣 누나에게 정성스러운 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뭐라고 적었어?"

"비밀이에요."


일우는 무슨 말을 그토록 열심히 남겼을까?


일우는 줄리엣에게 무슨 이야기를 보낸 것일까?

2017.3.25. 베로나.jpg


keyword
이전 10화아레나, 브라광장, 분수, 형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