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캐 중 하나는 일반투자가이다.
간접투자와 직접투자를 비슷한 비율로 하고 있다.
펀드와 ELS, ETF 등의 간접투자는 시작한 지
꽤 되었지만,
국내주식은 이제 3년 차, 미국주식을 시작한 건,
올해 초다.
최근엔 암호화폐 투자도 조금씩 해보고 있다.
내가 가진 장점 중의 하나는 호기심인데, 그 호기심은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시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테크에서도 드러난다.
몇 년 전, 은행에서 근무하는 지인에게서 주식 투자를 권유받았을 때는 망설였다.
주식하다 망한 사람에 대한 일화를 귀가 닳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위 1% 안에 속할 만큼 보수적인 전배우자와 그 원가족들 때문에도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상품에 투자하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마이너스 100%의 원금손실도 감수할 수 있다는 공격투자형 진단을 받고 위험자산에
투자하게 된 건, 전업주부로 살던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내가 번 돈을 손에 쥐고부터이다.
잃어봤자 푼돈이라는 생각에서, 그리고 어차피 내가 번 돈이니 손실이 나더라도 내 선에서 감당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종목이나 차트 등, 공부를 많이 하고 투자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내 방식이 어설퍼보일 것이다.
20년 넘게 전업주부였고, 환갑을 앞둔 50대 후반.
투자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고 공부를 해본 적도
없는 내 투자 방식은 굉장히 단순하고, 어떤 면에서는 무모하다.
1. 내릴 때 산다.
2. 오르면 판다.
3. 기대 수익률은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으면 된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없을까.
나는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행복해지는 것들은 돈이 든다.
돈이 없으면 추구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중 한 가지는 여행이다.
나처럼 여행 많이 다니는 사람 처음 봤다는 말을 들었다.
어딘가로 떠날 때 나는 행복을 느낀다.
비행기표나 기차표를 사야 하고,
쾌적한 숙소를 구해야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기념품을 몇 개쯤 고른다.
그것들을 누릴 때 돈이 필요하다.
돈으로 모든 행복을 살 수는 없겠지만,
여행이나 취미, 안전한 거주지 등의 행복은 살 수 있다.
그리고 그 돈을 스스로 벌었을 때 더 큰 용기가 생긴다.
전문가가 내 글을 본다면, 내 투자방식에
문제점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나는 내 방식대로, 그야말로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단타를 주로 하는 내가 애정하고 있는
종목 중 하나는 고려아연이다.
이름에 직관적으로 써있듯이 아연 회사인데, 세계 일등이라고 하니 투자했다. 반려주식이라서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이름도 예쁘지 않나, 고려아연.
이름이 예뻐서 투자했다고 어이없어하지 마시라. 의외로 이름이 예뻐서 샀다는 아줌마들이 나 말고도 여럿 있더라.
그런데 아아러니하게도 투자수익률 1등은, 이름이 예뻐서 샀다는 바로 그 5,60대 아줌마들이다.
어제 고려아연 주식을 한 주 매도했다. 하락장 속에서 유일한 빨간색이었던 고려아연. 매도하고 받은 수익금으로 나는 여행을 갈 것이다. 나는 돈으로 여행이라는 행복을 샀다.
담양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다. 전문사진작가가 동행하면서 사진 기술을 배우는 여행이다. 고가의 카메라를 이용해 직접 촬영해 볼 수 있다는 안내글을 읽고 신청했다. 담양 여행은 동행 없이 혼자 떠난다.
오늘 주식들이 온통 파랗다 못해 시퍼렇지만, 주식앱이나 암호화폐 거래소는 잠시 닫아두고
전문가의 가르침을 받으며 카메라에 담을 담양의 만추에 대한 기대만으로 마음을 다스려야지.
고꾸라지기를 여러 번 겪으며 나이 60이 가까워지니 하락장쯤엔 쉽게 동요하지 않게 된다.
지하실까지 갔던 주식은 언젠가 다시 지상으로
올라올 것이고, 내 인생 역시 그러할 것이다.
상승장과 하락장 사이에서 그저 파도타기를 하며
나아가면 된다. 여행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리고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