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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

무엇이 나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을 알때 나를 잘 알수 있다

어제 저녁에 아이의 문제로 아내와 이야기를 하게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다 아시는 것이겠지만, 아이의 양육문제를 두고 아내와 남편사이에 많은 다툼이 일어나게 됩니다. 저희집도 예외는 아니라서 크고작은 다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은 아이가 평소에 숙제를 미리 해놓지 않아서 밤 12시가 넘도록 숙제를 마무리하지 못한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영어작문 숙제를 하는데 아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자정이 넘어간 것입니다. 그리고 주중에 해놓았다고 했던 수학숙제가 남아 있어서 새벽 12시 30분이 넘어서야 숙제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내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화가 났고, 그렇게 숙제를 미리 미리 해놓으라고 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해서 늦어진 것에 대해서 많이 화가 났습니다. 화가난 아내는 아이에게 계속 화를 내고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아이에게 많이 화가 나지 않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고, 앞으로 개선을 하면 된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내가 아이에게 화를 낼수록 아이도 신경질적으로 대답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아이의 반응은 아내의 신경을 더 자극하게 되어서 집안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저는 아이가 늦게 숙제를 마쳤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짜증이 나지 않지만, 오히려 아내와 아들이 서로 짜증섞인 이야기를 내면서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에 화가납니다. 그러면 저는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저는 일단 아내에게 너무 늦은 시간이니, 아이를 일단 재운 다음에 내일 아이가 학교를 다녀온 다음에 이야기를 하자고 정리를 하고 아이를 재웠습니다. 


아이를 재운 다음에 저는 아내와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내는 제가 아내편이 되어서 아이에게 확실하게 이야기 하지 않는것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저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그동안 아내의 행동을 보면서 느꼈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의 아내는 의리를 중요시하고, 한번 말한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말한 것에 대해서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제가 결혼전에 처가집에 가려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 과정에서 늦어져서 비행기를 타지 못한 경험이 있는데, 처가집에서는 저의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장인어른은 엄청나게 화를 내신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처가집은 약속을 지키고 신의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안입니다. 반면에 저희 집안은 늦을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내가 결혼해서 저희집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이 바로 이러한 면입니다. 


아내가 화를 내는 원인과 제가 화를 내는 원인에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은, 자라온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성장과정에서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부모님들과 살았고, 말한것은 꼭 지키는 부모님을 보면서 그러한 룰이 마음에 새겨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일정계획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 중요한 가치를 침범했다는 것에 분노했고, 그러한 분노의 감정을 자녀에게 표현했을때, 자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자 더 화가난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부모와 자식간에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싫어했습니다. 대화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극도로 회피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형제간에 집에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집안 분위기 자체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말을 통해서 명시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문제가 없어지는데, 말하는 것 자체를 회피했기 때문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집안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고, 어려운 상황을 대화로 해소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집안의 분위기는 사회생활을 할때 상당한 문제로 작용했습니다. 저는 그러한 상황 자체를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된 것입니다. 저희집안 자체가 그런성향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버지는 당신의 어린시절 아버지가 집안에서 육체적/정서적/언어적 폭력을 경험하면서 극도로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에 트라우마를 가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이나, 자녀들과 대화를 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졌던 것이라고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적 인식을 갖게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내가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들, 아이가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들, 제가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들이 모두 다를수 있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들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한다는 어찌보면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을 말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알수 있지만, 그것을 삶에서 인식하고 적용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수 있을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생각들도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시절 경험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고 집안의 역사와 경험을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의 대응방안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만약 그러한 것들이 오늘날의 삶과 맞지 않다면, 수정해서 살아가는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은 나 자신이 아니며, 나의 감정과 생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정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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