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바닥을 쳐야

by 미래

평소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일주일에 두 편씩 두 달은 봐야 16부작 드라마를 겨우 완독 할 수 있다. 내용 전체를 이해하는 데 오래 걸려서 인지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잘 챙겨본 드라마가 있다. 바로 <또 오해영>이다. 극본도 잘 짜였고 극의 몰입도 좋았으나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은 주인공의 캐릭터다. 여 주인공인 해영은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표현이 적극적이어서 매력적이다. 해영의 대사를 보며 공감을 많이 했다.


자신의 결혼을 망친 사람이 도경이란 걸 알게 된 해영은 쉽게 좋아하는 마음을 포기하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대놓고 내비치지도 못한다. 그런 해영은 도경에게 복잡한 자기 심정을 솔직하게 밝힌다. '내 마음 바닥날 때까지만. 조금 수그러들 때까지만 같이 가주면 안 될까' 하고. 해영의 모습을 보고 나라면 저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싶다. 해영은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에 진심인 사람이다.


사랑 앞에 있어서 솔직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랑해라는 말이 부끄러워서 그 말을 아끼는 사람, 미안하단 말이 자존심이 상해서 결코 먼저 내뱉지 않는 사람, 질투 나서 축하한다는 말에 인색한 사람. 연인 간 사랑할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애써 감추는 말들이 참 많다.


헤어짐을 고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붙잡아 봤다. 헤어짐을 미루자고 반복했고, 아직 남은 감정은 진심이라고도 했다. 드라마 속 해영처럼 내 마음을 솔직히 전했다. 미련하게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거절이었지만, <또 오해영>의 도경처럼 남녀의 이별의 과정 속에는 철저한 악역이 필요했다. 그 남은 감정이 다 떨어질 때까지는 꽤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꽤 오래 시간이 지나고 남은 정, 미움마저 바닥까지 다 떨어지고 나서야, 그제서야 온전히 사랑에서 떼어져 나올 수 있었다.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아직은 헤어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미워하는 마음조차도 상대에게 감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내 마음을 밝히고, 나른 드러내는 일은 부끄럽지만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더 성숙하게 성장하는 일이다.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사랑에게든 사람에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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