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안아 주지나 말지

by 미래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 끝이 보일 때가 있다. 연인 간의 헤어짐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혹은 저 사람과는 오래 보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끝을 정해놓고 만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말은 참인 명제다.


헤어지기 전에는 다툼이 꽤 잦다. 정말 사소하고 별 일도 아니지만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고 말투도 삐딱하게 나간다. 태풍이 오기 전 장마가 시작되는 것처럼 이별 앞에선 갈등이 깊어진다. 결국 그 끝은 파국이다. 서로에게 악감정만 남긴 채 갈라선다. 좋았던 지난 추억은 기억 속 저편에 사라지고 완전한 남이 되어 떠나게 된다.


그땐 시간을 갖자는 말이 헤어지는 말인 줄 몰랐다. 시간을 갖고 생각하다 보면 다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사랑하면 없던 용기도 생겼다. 약속했던 일주일이 지났고 그를 만나러 갔다. 그동안의 생각의 결과를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내놓는 자리였다. 대화라기보단 담판에 가까웠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지도 짐작하지 못했고 오로지 그의 말에 집중했다. 결론은 시간이 더 필요했다는 말이었고 서로 동의했다. 전과 달리 어색하게 대화를 마쳤고 돌아서야 했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침묵과 함께 애매한 기류가 흘렀다. 그는 나를 꼭 안아 주었다. 그의 품은 따뜻했다.


그 포옹이 마지막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결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시간을 갖자는 말이 헤어짐을 원한다는 말인 것을 눈치챘어야 했다. 그땐 정말 어렸고 어리석었다. 원망도 많이 했고 후회도 했고 분노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영원할 순 없었고 어쩌면 끝날 사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사랑은 짧고 이별은 길었다. 행복은 순간이었고 아픔은 오래갔다. 후회해도 소용없었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사랑했던 기억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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