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닿지 못하는 마음

by 미래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모자라서였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과정은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환경 속에서 일어난다. 학교든, 학원이든, 직장이든 나와 비슷한 생활환경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서로 호감이 생기고, 정이 들기 시작하고, 연애를 하고 싶다. 나도 종종 이런 경험을 하곤 한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고백하는 순간에는 평소 잘 지내던 관계에도 브레이크가 걸린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관계로 남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곤 한다.


'누가 추리 소설을 뒤에서부터 읽느냐'는 명언이 생각나지만, 보통의 우리 관계는 추리 소설만큼 대단한 반전은 기대할 수 없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이라면 만남을 시작해도 좋겠지만, 혹시나 헤어진다면 그 만남을 후회할 수도 있다. 연인으로서의 후회가 아니라 인간관계에서의 아쉬움이 더 크다는 의미이다. 같은 활동 반경을 공유하는 한 관계에서는 서로의 일상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같은 공간에서 특히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쉽게 헤어진 사람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한 뼘쯤 떨어진 거리에서 평소처럼 지내기를 택하는 편이다. 비슷한 경험을 몇 번 겪다 보면 내 활동 반경 안에 있는 사람과의 만남은 자제하게 된다. 만날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번 나를 좋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 그냥 쉽게 생각해서 한 번쯤 사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그저 '이대로가 좋아'라는 식의 말로 제멋대로 선을 그어 버리는 건 냉정해 보이기도 했다. 상대에게 미안하지만 정말 그 정도 관계가 좋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상처 받는 게 싫었다. 헤어지고 내 일상을 무너뜨릴 관계라면 시작조차 하고 싶지 않았고, 내 감정들을 활동 반경 내에 있는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도 원치 않았다. 같은 활동 반경 속에서 헤어진 두 사람 중 누군가는 그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게 내가 되기는 싫었다. 생각해 보면 사랑보다 우정이 더 오래 지속한다. 영원히 너만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 '너'는 굳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 '너'는 누구에게나 해당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할 때도 그 말을 믿지 않았나 싶었다.


친구들과의 우정은 꽤 오래 지속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동네 친구든, 함께 할 추억이 많았던 중고등학생 친구든 보통 10년은 기본이다. 웬만하면 군대를 갔다 와서도, 결혼을 하고 나서도 보는 게 친구다.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어제 사랑한다고 말했어도 오늘은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내일엔 헤어질 수도 있다. 5년을 넘게 사귀었어도 헤어지기도 하고, 20년을 넘게 같이 살아도 남이 되는 경우는 사랑이 영원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모든 게 영원하진 않지만, 오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을 뿐이다.


사랑하는 한 사람만 있어도 행복했지만, 그보다 평범한 사이여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같이 얘기하면 즐거운 여러 사람들과 오래 지내는 게 더 행복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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