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나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말이 번진 때도 있었다. 그 당시 키워드가 힐링이었기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이나 각종 책에서 힐링 열풍이 불었다. 유행이 돌고 돌 듯 금세 다른 유행이 힐링 열풍을 잠재우기도 했지만, 내 자존감을 지켜주는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변함없이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했다.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기 위해선 나 자신을 알 필요가 있었다.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면서 나를 사랑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생각했다. 우리가 다른 이성을 사랑할 때도 상대가 누군지 알아야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았다.
지나간 나의 삶을 통해 진정한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 글을 쓸 필요가 있었다. 글은 쓴다는 것은 내 감정을 쏟아내는 일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금방 감정이 변해버리는 나는 차고 넘치는 감정들을 글로 담아내야 했다. 글을 쓰지 않으면 머릿속이 복잡했고 마음이 답답했다.
글을 쓰면 솔직해졌다.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들을 글로 쓰면 지금 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수많은 감정들을 글로 적어내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글은 온전히 나를 위한 일이었다.
나를 위한 글들이 혹시 이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도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자신을 표현하기 두려운 사람들에게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글을 쓸 필요가 있었다. 글을 써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이 글들을 쓰면서 때론 막막하고 부끄러웠다. 이 글들로 나를 온전히 알아버렸다거나 드라마틱하게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감정으로 살아왔는지는 조금 알 수 있었다. 이런 과정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게 하고, 스스로에 대한 온전한 믿음을 갖게 했다. 나를 사랑해가는 과정임은 분명했다.
글을 쓰는 동안 잊고 있던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야 했고, 강제로 꺼낸 기억들을 잘 조합해야 했다. 과거의 기억들을 꺼내 내 머리로 한 번 더 생각하고 가슴으로 한 번 더 느끼며 쓰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감출 수 있을 때까지 꼭꼭 숨겨두었던 그때의 복잡했던 기억과 감정들을 꺼내 보니 나름 괜찮았다. 이 글들을 다시 읽으면 발가벗겨진 민낯처럼 부끄럽겠지만.
글을 쓴다는 건 더 솔직해지는 일이었는데, 막상 책이 나와 누군가 본다 생각하니 글을 쓰다 자주 멈칫거렸고 모두 털어놓지 못하기도 했다. 어릴 적 막연히 작가를 꿈꾸기도 , 책을 내고 싶었던 만큼 언젠가 마주해야 할 일이었다. 글을 다 쓰고 나니 민낯으로 거울을 마주한 기분이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책이 나온 후에도 여전히 살아가는 동안 많이 아파하고, 극복한 만큼 글을 써 나갈 것이다. 그것이 더 단단한 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믿기에. 나를 온전히 내려놓고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솔직하게 사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