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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May 13. 2021

김치볶음밥, 평범하지만 특별해

어릴 때 김치볶음밥을 하도 먹어서 질려 버린 적이 있었다. 김치만 있으면 한 끼 요리로는 충분했기에 너무 쉽게 자주 먹었다. 김치볶음밥과 몇 년을 거리두기 하다 최근에 들어서야 김치볶음밥의 참 맛을 알게 됐다. 


김치볶음밥의 재료는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 흰 밥과 김치면 된다. 그렇지만 햄을 넣으면 한 층 더 맛이 깊어지고, 밥 위에 계란을 올리면 더 완벽하다. 평범한 김치볶음밥에서 조금씩 특별해진다. 새로운 맛과 향으로 옷을 입혀도 김치볶음밥이란 이름은 변하지 않지만, 김치볶음밥은 재료가 달라질수록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아이다. 


김치와 소시지를 볶은 것과 김치와 햄을 넣은 것은 비슷하지만 그 맛은 아주 달랐고, 계란 프라이를 그냥 올린 것과 얇은 계란 지단으로 감싸준 것과도 달랐다. 게다가 치즈를 넣은 볶음밥과 넣지 않은 볶음밥은 가격도 다른만큼 각자의 매력을 뽐냈다. 김치볶음밥은 평범하지만, 팔색조의 매력을 가졌다.


김밥천국 같은 여러 메뉴를 동시에 파는 식당에 가면 김치볶음밥은 늘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음식이다. 맛은 있지만 집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돈을 주면서까지는 잘 사 먹지 않아서다. 한식, 분식, 중식 등 다양한 메뉴들이 줄지어 있어도 언제 먹어도 맛있는 라면, 가장 인기 분식인 떡볶이, 칼질하며 여유 있게 즐길 치즈 돈가스가 더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치볶음밥은 메뉴판에서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도 평범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특별한 존재다. 

평범하게 학교를 가고, 평범하게 졸업하고,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다, 

때론 평범하게 퇴사를 하고,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되어, 평범한 일상을 살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언제나 특별한 존재다.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지 않아도 모두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장점을 갖고 태어났고, 

완벽한 미인은 아닐지라도 본인이 생각하는 예쁜 곳들은 많이 있다. 


애써 특별함을 만들려 노력하기보다, 남들에게 특별함을 인정받으려 하기보다 스스로 자신이 가진 특별함을 알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평범한 나로 보여도 좋다. 


평범한 재료들로, 거창한 조리도구 없이 평범하게 만든 김치볶음밥이지만 

특별한 내가 먹어 특별히 더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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