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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May 06. 2021

비스킷, 바삭하지만 촉촉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살면서 수없이 고민한 질문이다. 매번 새로운 회사에 자기소개를 쓸 때도,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도 그렇다. 각종 MBTI 검사가 유행하며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16개로 분류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이 질문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저 재미로 진행하는 심리 검사의 일종이지만, 우리는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서로를 이해하며 관계를 맺는데 진심을 다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상대와 나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 모두 사랑을 위한 일이다.


학교에서 친한 선배 오빠가 나보고 ''넌 외강내유형 같다''고 말한 적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가요?"하고 살짝 웃어넘겼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것도 같았다. 겉으로 보면 밝고 활달하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해내는 것 같으니까 참 강해 보인다. 하지만 날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알고 보면 생각보다 여리다. 강해 보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울고 버티며 견뎌왔다. 홀로 강한 척해 왔다. 마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비스킷처럼.


비스킷은 구우면 겉은 바삭해 고소하지만, 잘 부스러질 만큼 속은 부드럽고 촉촉하다. 외형적인 면만 봤을 때 비스킷은 투박하고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손에서 미끄러질 만큼 보드랍다. 우리는 모두 비스킷을 닮지 않았을까.


대부분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단단하게 버티며 살고 있을 것이다. 매일 회사에서 고돼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또 버티고,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원하는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계속 부딪히며 성장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오늘보다 내일은 더 괜찮을 거라며 살아간다. 하지만 안다. 이렇게 열심히 강한 척하며 참고 있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따뜻하고 여린 존재라는 걸. 때론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어 마음으로 울거나 우는 모습 보이기 싫어 억지로 울음을 참는다. 상처를 받아도 툭툭 털어 버리고 듣기 싫은 소리에도 못내 미소를 띤다.


비스킷 겉이 적당히 촉촉하고 바삭해지려면 예열이 필요하다. 예열 없이 높은 온도에 들어간 비스킷은 겉만 바삭할 뿐 속은 촉촉해지지 않는다. 조금 내려놓을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애써 강한 척할 필요 없었다. 힘들면 울어도 되고 누군가에게 의지해도 되었다. 이 작은 비스킷 하나도 고작  두 손가락 힘에도 부질없이 다 망가지는데, 우리도 한 번쯤은 내려놓아도 괜찮았다.

강한 척 자신을 붙잡고 있어 봐야 나만 힘드니까. 너무 마늘 바게트 같다면 버겁다. 힘들면 힘들다 투정도 좀 부리고, 소리 내 울어도 좋다. 우리를 위로해 줄 사람들은 주위에 생각보다 많다.

바삭하지만 부드럽고, 부드럽지만 바삭한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이 비스킷을 미워할 수 없다.

비스킷 같은 당신, 오늘도 맛있게 먹고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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