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을 손가락질 하면 손가락 하나는 상대를 가리키고 있을지 몰라도 나머지 손가락은 모두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고 한다. 남을 미워하면 할수록 그 미움도 고스란히 다 내게 돌아오는 것 같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은 질투 나서 미워했고, 사랑을 포기한 사람은 미련 때문에 미워했고, 빨리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서 미워했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나도 똑같이, 더 많이 미워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더 빨리 쉽게 잊는 법이라 여겼으니까. 실제로 누군갈 엄청 미워하다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가 지친다.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또 미워하면서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똑같이 미워하는 게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너무 미운 사람이 생기면 어떡해야 할까. 그럴 땐 그냥 적당히 미워하고 잠시 놓아두면 된다. 짧은 시간이라도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면, 함께한 추억들이 소중한 관계라면,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미운 감정 조차 아예 지워버릴 수 없기에,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때의 시간과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다. 지나고 보면 우리 모두 어렸으니까.
사소한 이유로 감정이 상하고, 오해가 쌓여 누군가가 미워진다면 조금만 시간을 갖고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감정에 앞선다고 미움 감정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때는 상황이 힘들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상황보다 사람이 더 미웠을 것이다.
반미 샌드위치를 만들 때도 똑같다. 기다란 빵 가운데를 반으로 잘라 각종 재료들을 양껏 담는다. 하지만 반미 샌드위치를 먹으려면 꼭꼭 쌓은 재료들을 빵 위에 놓고 접어야 한다. 반으로 접어야 먹을 수 있다.
결국 감정의 마지막이 미움으로 끝난다면, 그 과정에서 겪는 마지막 감정까지 잘 소화시키자. 행복한 기쁨들만 소화시킨다고 모든 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미움이란 나쁜 감정들도 잘 소화시킨다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너무 미워하진 말자. 그 미움 반으로 접어 나를 더 아껴주자.
상대를 미워하기까지 내가 더 상처 받고 아팠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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