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블이 무엇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 공을 발로 툭툭 건들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드리블이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드리블에도 법칙이 있다.
일단 앞으로 달리면서 공을 찰 때는 발을 옆으로 살짝 눕혀서 네 번째 발가락과 새끼발가락 부위로 공을 밀면서 나아가야 한다. 이 자세가 처음에는 매우 어색하다. 평생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며 걸어온 직립보행인인 나 역시 엉거주춤 달리는 폼이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왜 굳이 한 발을 옆으로 눕히면서 공을 차야 하지? 아웃사이드 드리블에 앙심(?)을 품으며 연습하고 연습했다. 그리고 곧 알게 됐다. 일명 '치달'을 잘하기 위해서 이 자세가 몸에 익숙해져야만 한다는 것을.
공을 주고받는 패스는 인사이드 패스와 아웃사이드 패스가 기본이다. 인사이드는 발 옆의 안쪽 부위로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말한다. 이 부위에 공을 정확하게 갖다 대어야 패스가 제대로 쭉 나간다. 아웃사이드는 인사이드의 반대쪽인 발의 바깥 부위로, 이 부분을 이용해 공을 받거나 찬다. 하지만 발의 모양상 아웃사이드는 인사이드에 비해 공에 정확하게 발을 갖다 대기 어렵고, 차는 힘도 약해서 초보자는 특별한 경우(아웃사이드 밖에 공을 댈 수 없는 급박한 상황)가 아니라면 아웃사이드 패스는 잘하지 않는 게 이롭다.
결론적으로 공을 치고 달릴 때는 아웃사이드, 패스를 주고받을 때는 인사이드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물론 이외 다양한 드리블이 존재한다). 이론은 간단하지만 사실 인사이드나 아웃사이드로 공을 처음 다루면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체육시간에 한 구기 종목이 기껏해야 피구나 배드민턴 정도인 내 나이 또래의 여성들이라면 더욱 낯설고 어려울 것이다.
축구를 시작하고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이런 점이었다. 왜 우리는 이 재미있는 종목을 어릴 때 배우지 않았을까. 남자아이들이 운동장을 차지하고 먼지를 일으키며 공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몰고 다닐 때, 여자아이들은 한쪽 구석에서 고무줄이나 공기놀이를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엄청난 사기를 당한 듯한 배신감이 든다. 어른들은 왜 여자아이들에게도 공을 던져주고 죽자고 뛰어보라고 하지 않았을까. 왜 우리 여자들은 자발적으로 남자들이 차지한 운동장 가운데로 들어가서 '헤이 패스!'라고 하지 않았을까. 쉬는 시간의 운동장이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여학생들은 창 밖으로 뛰고 있는 남학생들을 구경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이런 생각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은 클럽에 새로 가입한 10대 20대 친구들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 또래와는 다른 세대다. 대부분 외동 아니면 자녀가 둘인 집안에서 금지옥엽으로 큰 젊은 친구들은 남녀 구분 없이 어울려 노는 문화 속에서 자랐다. 축구는 처음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던 이 친구들이 처음부터 공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단지 젊은 게 이유가 아니었다. 이들은 어릴 때 아빠와, 오빠와, 친구들과 공놀이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꼬마 시절부터 공과 논 아이들은 축구에도 금방 적응했다. 조기 교육이 이래서 중요하다. 몸에 밴 공과의 친화력은 축구를 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허나, 어찌하겠는가.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축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 드리블, 이 두 기술은 반드시 몸에 익혀야만 한다.
지난여름의 아웃사이드 드리블 연습. 왼발잡이라서 왼발로 공을 치고 나가고 있다. 사진보다 발을 더 눕히는 게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