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지역의 몇 안 되는 여성축구동호회에는 나의 스케줄에 맞게 운동 가능한 시간이 없었다. 공은 당장 차고 싶은데, 갈 곳이 많지 않았다. 두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포털사이트를 뒤지다 ㅈㅇㅇ 풋살클럽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였고, 운동시간이 일요일 오전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타 지역에서 창업해 내가 사는 지역에도 지부를 세운 ㅈㅇㅇ클럽은 엄밀히 따지면 풋살을 가르치는 곳이다. 일단 공을 차 보자,라는 마음으로 가입했다. 풋살은 미니 축구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두 종목은 비슷한 듯 달랐다.
우선 공의 크기.
축구는 보통 5호볼. 여성 아마추어 경기일 경우에는 4호볼도 사용한다. 4호볼이 5호볼보다 작다. 축구공은 우리에게 익숙한 탄성을 가지고 있다. 풋살공은 4호 크기에 축구공보다 무겁고 그만큼 탄성도 약하다. 날아오는 공에 맞으면 축구공보다 훨씬 아프다는 이야기. 축구공만큼 뻥뻥 날아가지는 않지만, 축구공보다 덜 튀기 때문에 볼 트래핑이 좀 더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다음은 룰.
축구는 알려졌다시피 골키퍼 1명+필드 10명의 선수로 이루어진다. 풋살의 선수 수는 5명. 골키퍼 1명 + 필드 4명으로 구성된다. 상황에 따라서(선수가 몇 명 모이냐에 따라 정해지는 동네룰) 3대 3, 4대 4, 6대 6, 7대 7 게임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5대 5가 기본이다. 골대에 공을 넣으면 1점으로 인정하는 것은 같다. 풋살에서는 축구의 오프사이드가 적용되지 않는다.
풋살 경기장은 축구장의 3분의 1, 혹은 5분의 1까지 작은 공간에서 진행이 된다. 각 구장마다 경기장의 크기는 다르다. 크기와 관계없이 공을 찰 공간과 골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풋살이다.
공이 아웃라인 밖으로 나갔을 때, 축구는 손으로 스로인을 하지만 풋살은 발로 찬다(아무래도 공간이 좁기 때문). 정식 경기 때는 보통 4~5초 내 골 클리어런스(축구의 스로인)가 이뤄지지 않으면 파울이지만 연습 경기 때는 양 팀 모두 충분히 기다려 주는 편이다.
킥인, 간접 프리킥, 코너킥 상황일 때 상대팀은 5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 골키퍼는 상대팀 공은 손으로 던질 수 있고 우리 팀 공은 발로만 찰 수 있다. 골킥 상황에서는 손으로 던지기가 가능하다.
아웃라인 밖으로 나간 공을 킥인할 때는 골대를 향해 바로 공을 차는 것은 가능하나, 우리 팀이든 상대팀이든 몸에 맞지 않고 들어가는 공은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선수 교체가 무제한으로 가능하다는 점도 축구와 다른 점이다. 풋살의 템포가 워낙 빠른 탓에 최선을 다해 뛰다 팀원과 교대한다. 그라운드 선수가 밖으로 완전히 나온 다음에 교체 선수가 들어가야 하는 룰은 축구와 같다.
파울 룰도 축구와 비슷하다. 심판의 판단에 따라 프리킥을 주거나 상대팀에게 공을 넘겨주며, PK존에서 파울 시에는 페널티킥이 주어진다.
경기는 보통 15분에서 20분. 아마추어 세계에서는 정하기 나름이다. 이는 축구도 마찬가지일 터. 저마다의 동네 룰이 공식 룰이다. 우리는 정식 선수가 아니니까.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정하면 된다.
축구보다 적은 인원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뛸 수 있기 때문에 풋살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은 풋살과 룰이 거의 같지만 축구공을 사용한다. '골때녀'에서 골킥 때 발로 차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축구 룰을 섞은 것이다. 축구 입문이 두렵다면 풋살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쨌든 풋살도 골대 안에 공을 넣는 게임이다. 다른 룰은 다 몰라도 이 점만 기억하면 된다.
상대의 골대에 공을 넣는다!
왕초보인 내가 들어간 클럽은 풋살의 기본기부터 가르쳐주는 곳이었다. 처음 풋살공을 찰 때 생각보다 묵직해서 당황했다. 있는 힘껏 차도 공은 쭉 뻗어나가지 않았다. 그 공을 가지고 인사이드(발 옆 안쪽), 아웃사이드(발 바깥쪽) 드리블을 배우고 인사이드, 인프런트(발등), 무릎, 가슴, 헤드 트래핑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클럽에 따라서 풋살공이 아닌 축구공을 쓰기도 한다. 내가 소속된 다른 팀(현재 2개의 풋살팀과 1개의 축구팀에서 활동하고 있다.)은 볼스킬을 중심으로 훈련하는 곳이어서 4호 축구공을 사용한다. 풋살 인구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인프라가 넓지는 않다. 정식 룰을 적용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정식룰대로 풋살을 한다면, 바닥도 마루 바닥이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풋살장은 인조잔디로 되어있다.
누군가가 축구를 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그랬다. 정식 풋살도 정식 축구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 공을 차긴 차는데 내가 축구를 하는 것인지, 풋살을 하는 것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뭣이 중한디. 공을 차고 있다는 것. 이것이 내가 하는 운동의 정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