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이번에 000라고 새로운 매체를 하나 런칭했어요. 잘 좀 부탁드립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00상무님 이번에 새롭게 포럼을 하나 런칭하려고 하는데요. 와주실 수 있나요?”
“00님 저희가 이번에 시상식을 하나 만들었거든요. 좀 부탁드릴게요.”
“00님 이번 달 협찬이 많이 떨어졌네요. 이거 좀 서운하네요. 잘 좀 부탁드릴게요.”
신문사 편집국에 앉아 있으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데스크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언론사에서 신규 매체를 만들었으니 매출 상승에 일조를 좀 해달라고 하는 내용이다. 신규 매체라 함은 보통 ‘프리미엄 정보제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만든 인터넷 자회사를 의미한다. 기업이나 정부부처, 공공기관에 아이디 구독을 해달라고 하거나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디지털 혁명으로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언론사에서 아직도 쌍팔년도식 경영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희 요즘 너무 힘들어요. 잘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을 해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산업군은 국내에서 언론사 밖에 없을 것이다.
대체 왜 언론사는 그렇게도 기업들의 광고와 협찬에 매달리는 것일까. 모든 비즈니스의 근간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 중이지만 언론사들이 디지털의 파도를 타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제대로 된 먹거리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신문사 평균 매출 가운데 광고비는 60%에 달한다. 언론사 입장에서 기업 광고는 절대 놓칠 수 없고 사활을 걸고 사수해야 할 수입원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도 생각해 봐야 한다. 아무리 언론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언론사에 일부 광고와 협찬을 하는 게 일종의 보험 성격이 짙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사업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미 디지털 혁명이 시작돼 소비자들은 신문을 들쳐보지 않고 지상파 방송을 거의 보지 않는다. 재미와 알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넷플릭스에서 재밌는 미드를 골라보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비단 유튜브와 넷플릭스 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각종 팟캐스트나 인스타그램, 개인 블로그, 페이스북, 브런치 등에서 시간을 보낸다.
기업 입장에서는 광고를 통해서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가 팔려나가고, 기업 이미지도 제고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장기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특히 지금은 미증유의 코로나바이러스로 전시상황이다. 기업 홍보팀의 업무 추진비가 절반으로 깎이는 것은 물론 신규 채용이 사라지고, 있던 인력도 구조조정을 하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언론사의 데스크가 기업 홍보팀 임원에게 “잘 좀 부탁드릴게요. 우리도 정말 힘들어요.”라고 읍소 아닌 읍소를 한다고 해서 매출 사수가 가능할까.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것 아닌가. 당장 곳간이 말랐고, 곳간 자체를 줄여야 할 판인데 어떻게 인심이 날 수 있겠는가.
언론사의 “잘 부탁드립니다.” 전략은 언론사들이 그렇게 외치는 ‘혁신’과도 전면 배치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은 빛의 속도로 달라지고 있고, 모든 기업들이 아마존이나 구글, 애플, 알리바바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을 꿈꾼다. 탄탄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등에 업고 플랫폼 기업에 등극하면 네트워크 효과에 힘입어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이용자가 플랫폼에서 얻는 가치가 그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 이용자 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 효과를 의미한다. 플랫폼 기업들의 특징은 별다른 광고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플랫폼으로 찾아온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내가 그 파도를 타고 있지 않으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아마존의 경우도 고객에게 저렴한 제품을 제공 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특별한 브랜드 광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별도의 광고를 하지 않아도 아마존이라는 브랜드 그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들도 언론사의 광고와 협찬에 따른 부담을 적극적으로 호소할 때가 됐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효용 극대화 또는 추가 투자를 위해 활용해야 할 비용이 양(+)의 효과가 거의 없는 광고나 협찬에 활용됐다면, 언론사는 이들 기업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방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언론사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경영이다. 판이 바뀌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