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나는 레드오션 언론산업

by 캘리박


언론사는 레드오션의 한복판에 있는 회사다. 순전히 산업적인 논리로만 분석하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산업군에 속해 있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경쟁전략의 대가라고 불리는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의 산업구조 분석툴을 이용하면 명백하게 드러난다. 포터 교수는 한 산업의 구조적인 매력도를 기존 기업 간 경쟁, 잠재적 진입자, 공급자, 구매자, 대체재라는 5가지 모델로 분석하며, 이 요소가 기업의 명운을 좌지우지한다고 강조했다.


쇠퇴기에 진입한 언론산업

반세기 이상 레거시 미디어로 군림해왔던 언론사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등장으로 신문과 방송, 통신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산업생명주기로 따지면 성숙기에서 쇠퇴기로 넘어가는 단계다.

우선 기존 기업 간 경쟁으로 살펴보면 언론사 특히 신문사는 피비린내나는 출혈경쟁 구도의 한복판에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646개였던 신문 매체는 불과 4년 만인 2018년 4,384개로 738개(20.24%)나 늘어난 상태다. 특히 신문사가 만들어낸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신문은 순전하게 국내용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대다수의 일반 기업이 투입한 고정비용에 비해 5,000만에 불과한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과 비교해 국내 기사로 국내 소비자들만 타깃으로 하는 성장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문산업의 매출액은 3조8,077억원으로 다른 산업 대비 매출규모가 극히 적으며, 연도별 매출 증가폭도 점점 둔화되가고 있다. 방송사의 경우 한류에 힘입어 일부 드라마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지만, 신문사의 경우 ‘내수용’이라는 한계를 도무지 극복하지 못하고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없는 언론사 창업

일반 산업군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고 상품이 나오는 속도를 높인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좀 더 빨리 자사의 상품을 전달하는 동시에 경쟁기업들이 감히 자사의 역량을 모방할 수 없도록 일종의 쐐기를 박힌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를 창업하기 위한 진입장벽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신문사를 창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신문을 찍어낼 수 있는 윤전기를 보유해야 했기 때문이다. 윤전기 한 대의 값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판형을 바뀌는데만 천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제는 언론사를 창업하기가 너무 간단해졌다. 2005년 신문법 개정으로 일간신문의 등록요건은 물론 인터넷신문 등록조건도 완화돼 막대한 자본금이 없이도 언론사를 차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3명 이상의 인력만 있으면 인터넷 신문사를 차릴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거 명성을 갖고 있던 레거시 미디어에서 나오는 기사와 신생 인터넷 매체에서 나온 기사와의 차별점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어차피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호불호에 따라 보고 싶은 기사만 보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아젠다 세팅 역할을 했던 대형 브랜드 언론사들도 언론 전반의 신뢰도 추락으로 점점 힘이 약화되는 상황이다.


무한대에 가까운 대체재의 위협

언론사가 직면해 있는 대체재의 위협은 사실 무한대에 가깝다. 유튜브는 언론사들에게 가장 큰 위협에 해당한다. 유튜브는 독자에게 다양한 정보는 물론 즐거움을 제공한다.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며 매력도가 흘러넘친다. 방송을 보는 여부와 상관없이 수신료를 내야 하는 대중 입장에서는 화가 날만도 하다. 광고를 안 봐도 되는 유튜브 프리미엄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대중들이지만, 기존 미디어에 내는 돈은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신문의 경우 이미 전날에 포털에 다 떠 있는 기사를 신문을 구독해 다음날 또 읽을 필요가 없다. 더구나 신문은 분리수거라는 잡일거리까지 생긴다.

유튜브뿐만이 아니다. 팟캐스트나 브런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모든 인터넷 기반 플랫폼이 언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재의 발생 가능성은 무한대다.


구매자의 교섭력

언론사 입장에서는 교섭력이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유튜브라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 대체재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신문사의 유료부수 가운데 일정 부분은 기업이나 정부부처, 관공서 등에 지정기탁 형식으로 들어가는 형태다. 풀뿌리 형식으로 일반 가정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숫자가 많아야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나고 구독부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신문 자체를 보지 않는 현상이 급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와 언론사 간 레버리지는 소비자에게 100% 기울어진 상태다.


공급자의 교섭력

신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종이와 종업원(기자)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신문사에 소속된 종업원으로 공급자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나머지 요소인 종이의 교섭력을 살펴보면,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현 상황에서 종이가격을 둘러싸고 언론사와 종이 공급자 간 교섭력이 갖는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신문사의 경우 정확한 매출액 구성현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종이신문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종이신문 판매수입 비율은 11.8%에 불과하다. 신문사에게 분명 신문을 인쇄하는 비용이 큰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종이 가격 자체가 신문사의 펀더멘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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