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대한 견제기능을 하는 언론사에 경영학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찌보면 미친짓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 ‘민주주의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하는 고결한 언론사에 어디 천박하게 문제제기를 하냐’라는 비판이 날라올 수 있다.
하지만 언론사도 분명히 기업이다. 기업의 목적은 생존이다. 생존을 위해 또 기업을 구성하는 조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서는 매출이 발생해야 한다. 언론사의 존재 목적에 일반 기업처럼 이윤 극대화라는 가치를 부여하지는 못하겠지만, 작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승을 바라지 않는 기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사는 일반 기업들이 가진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개별기업의 경우 자사가 보유한 자원과 역량의 상이한 조합을 통해서 경쟁기업보다 나은 경쟁우위를 보유하고 시장에서 살아남지만 언론사는 가진 역량이라고 해봐야 기자, 곧 인적자원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하는 요소인 재무자원과 공장, 기계 등 유형자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소위 레거시 미디어라고 명맥을 유지해 왔던 주요 지상파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언론 소비자인 시청자와 독자들의 외면에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언론사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데다 유튜브 등 디지털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TV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과 신문을 보는 독자들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 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언론 신뢰도는 25%로 조사 대상국가 37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전체 국가 평균인 44%를 크게 밑돌았다. 언론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대중이 언론을 바라보는 신뢰도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기술발전으로 인터넷 언론과 유튜브 등 대안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신규 언론의 진입이 물밀 듯이 계속되면서 매출감소와 출혈경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 언론사들의 처지는 임차인 없이 비어있는 건물을 갖고 있는 건물주와 비슷하다. 일부에서는 건물을 가졌다고 ‘오~ 갓물주네’라고 우러러 보지만, 실상은 다르다. 임차인이 들어와야 경비원 월급도 주고, 부동산 대출 이자도 갚고 전기요금과 보험료 등을 낼 것이 아닌가. 결국 장기간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건물주 입장에서는 헐값에 건물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건물주 입장에서 건물을 팔아야 고정비라도 건질 수 있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언론사는 방송을 제작하면 할수록 할수록, 신문을 찍어내면 낼수록 재무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다. 소비자들이 언론사라는 기업이 만들어낸 상품과 서비스인 뉴스를 사주질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론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인력감축과 제작 축소 등 활로를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더라도 근원적인 문제를 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신규 소비자(독자, 시청자)가 유입돼야 하는데 있는 집토끼도 사라지고 있는 판이다. 결국 인력감축으로 피를 보는 건 언론사에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10명이 했던 일을 4~5명이 해야 하다보니 남아 있는 인력만 죽어난다. 일에 의욕은 생기지 않고 자괴감만 든다. 인력 부족이 심화하다보니 상호간 실수를 걸려주는 역할이 느슨해지고 대형 방송사에서도 그래픽 오류 등이 왕왕 발생하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