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국 첫날부터 우왕좌왕 시작이다.
미국에 입국하기 전에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 환전을 얼만큼 해가야 되는 것이냐였다.
한국에선 성인 1인당 1만불씩 환전을 해서 나가면 상관이 없는데, 미국에선 가족 전체 1만불까지만 환전 입국을 받아준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이 사이트에서 https://fincen105.cbp.dhs.gov/#/ 1만불만 가져간다고 신청을 했다. 나머지 돈은 신고하지 않고 트렁크에 넣었다.
공항 입국시 한 젊은 직원이 친절하게 "얼마의 돈을 환전해 왔냐"고 물었다. 나는 당당하게 신고 내역서를 제출했다. 그 청년은 우리 가족을 구석으로 데려 갔다. 그곳에는 백발의 중년 아저씨가 있었다. 그 사람은 내게 "너 솔직히 얘기해봐. 얼마를 환전해 왔어?"라고 물었다.
나는 곧바로 1만몇천불을 가져 갔다고 고백했다. 직원들이 트렁크 전체를 뒤질 경우 몰수(confiscation)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 나를 추궁했다. "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 가면서 왜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았지? 뭔가 숨기려는 것 아냐?" 나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와이프가 도와주기 시작했지만 그의 추궁은 계속됐다. 그는 통역 프로그램까지 켜며 1만불 이상을 가져 오면서 왜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냐고 캐물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그는 "미국에서의 출발이 좋지 않아"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공항 밖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I'm sorry. sir" 밖에 없었다. 굴욕적이었지만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돈을 빼앗길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굴욕적이게 "너 직업이 대체 뭐냐"고 묻기까지 했다. 1만불에 대한 규정이 명확했다면 나는 정확하게 내가 가져간 금액을 신고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제대로 알아 보지 않고, 그냥 대충 넘어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불찰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20여분이 흐르고 우리는 공항 밖을 나올 수 있었다.
공항 밖에서 기다리던 지인은 "그냥 1만달러 이상은 신고하면 몇 만달러를 가져와도 상관이 없어요. 1만달러 이상은 몰수가 되기도 하고 찾으려면 변호사를 쓰기 까지 하는 경우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앞으로 2년을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 백인의 말처럼 이곳에서의 삶에 어떤 이벤트가 기다릴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