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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홍보팀과 보도자료<24>

by 캘리박 Mar 01. 2020

홍보팀과 기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자는 주로 공격을 하는 입장이고, 홍보팀은 막는 입장이다. 하지만 1년 365일을 비판만 하는 게 기자의 업무는 아니다. 각자 맡은 출입처에서 나오는 자료를 처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출입처에 대한 홍보 업무를 하는 것이다.

정부부처도 마찬가지다. 부처 대변인실은 기업의 홍보팀 역할을 맡는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수용자인 국민들이 모르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홍보팀과 기자, 정부부처 대변인실과 기자는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며 지내게 된다.

우리가 알만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은 대부분 홍보팀을 갖고 있다. 이들은 신문사의 마감시간에 맞춰서 조간신문에 자기의 회사에 관련한 기사가 나왔는지에 대해 체크를 하고, 순번을 정해서 공영방송에 모니터를 한다.

또 만일 기사에 팩트와 다르거나 회사의 입장이 좀 더 추가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 때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를 하거나, 기자의 상사인 데스크에게 전화를 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전화가 온다고 일부 수정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기사도 생명과 같다. 마치 교인들이 성경이나 불교 경전에 대해서 주장하는 것처럼 무오류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다. 사실 기자가 아는 부분은 전체 사실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기자들은 그 빙산의 일각을 듣고 기사를 쓰고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부처 내부에서 자기들이 근무하는 회사에 대한 기사를 볼 때 '정말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기사를 쓰는 구나...'라고 비난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등기부 등본을 뒤져서 a가 b의 아들이라고 나온다거나, 내부자의 도움을 얻어 문건을 입수했다거나, 어느 건물이 b의 소속이라고 확실히 팩트체크를 할 수 없는한 모두 누군가의 입을 빌어서 기사를 쓰는 것인 만큼 100% 맞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도 기초적인 팩트체크 없이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닌 만큼 홍보팀이나 대변인실에서 일부 수정을 요청한다고 해서 100% 기사를 갈아엎을 수는 없다. 만일 그렇다면 자신이 명백한 오보를 쓴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사 말미에 그들의 입장을 더 실어주는 ""코멘트를 더 반영해준다거나... 너무 강한 제목을 데스크와 협의해 톤다운을 시켜준다거나 하는 일은 계속하게 된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홍보팀과 기자의 업무가 공수가 뒤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신문을 체크하고 기자는 기사를, 홍보팀은 보도자료를 쓰고, 밤에 타사 기사에 대해 체크를 하고, 홍보팀은 자사(정부부처)에 대해 기사가 나온 것이 없는지 체크를 하는 구조가 거의 흡사하다.

물론 기업입장에서 출고된 기사가 너무 크리티컬해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경우에는 직접 언론사로 홍보팀 임원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후의 일은 전적으로 언론사의 데스크와 국장에 달렸다. 가끔 야근 당직을 하면 회사에 찾아오는 홍보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는데, 다음 날 조간에 실린 내용이 너무 크리티컬해 집에서 입는 추리닝을 입고 그대로 회사로 찾아온 홍보팀 사람도 있었다. 기사가 나가면 반응이 어떨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사를 쓰고 이를 응대해야 하는 기자, 또 엄청난 기사가 터졌을 경우 퇴근도 못한채 언론사로 뛰어 들어가야 하는 홍보팀 임원.. 참 모두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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