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하루만 더

by 열음

"큰 병원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라는 소리를 내가 아니라 엄마가 들었다.

그 말을 함께 듣는 엄마와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엄마는 올게 왔다는 듯.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큰 병원에 가는 날. 나와 남편, 엄마는 할머니를 모시고 비뇨기과에 갔다.

평일 아침 9시 사람이 미어터지는 대학병원과 그 로비에 있는 하얀 트리를 보며 인생이 참 덧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기실에 앉아있다 진료 차례가 되었다.

CT 사진을 10초 정도 들여다보더니, 수술 하실거냐고 결정하면 알려달라고 내일, 모레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며 어떻게 암이 변화할지 모른다고 차갑게 말하는 의사의 말이 납득되었다.

'그래, 나도 학생들과 학부모한테 저렇게 차갑게 이야기했겠지. 그냥 일하는 거니까.'


수술은 안한다고 고개를 절레 젓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할머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다음 접수일자를 잡으러 데스크에 간 엄마를 보면서 할머니와 앉아있는데

할머니의 눈이 슬퍼보였다. '대체 왜 내 인생만 이렇게 고달픈지. 건강한 삶을 누릴 수가 없는지. 남편도 앗아가고 아이도 곁에 1명 남았는데 또 왜이러는지.' 푸념을 하는 눈빛이었다.

할머니를 보며 괜찮다고 말하면서 엄마 집에 함께 가자고 설득했다.

"할머니, 엄마 집에 가면 나랑 매일 볼 수 있어. 저녁도 같이 먹고.

그리고 곧 방학이라서 내가 집에 있을 거야. 우리 날 따뜻하면 아파트 단지 산책도 할 수 있어." (엄마와 나는 같은 단지 아파트에 산다. 걸어서 5분 거리에.)


나와 엄마의 구애가 먹혀 들어가 할머니는 엄마 집으로 오기로 결심했다.

할머니를 위한 병원 침대 대여, 비데 설치, 나머지 짐 이사, 방문요양 서비스, 모든 것을 일주일 내로 알아보고 계약해 할머니는 2024년 12월 24일 엄마 집으로 오게 되었다.


평생, 얼마나 함께 하고 싶었을까.

혼자 34평의 집에서 얼마나 외로울까.


이제 할머니와 함께 할 시간이 주어진 지금. 할머니랑,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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