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장애 5급, 들어보셨나요?

by 열음

장애이해교육을 5년째 아이들에게 하고 있지만, 장루장애는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눈이 불편한 시각장애인의 생활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고, 점자로 표기 된 음료수 캔을 보며 고를 수가 없겠다고 화를 냈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는 엘레베이터나 경사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학교 시설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어 분노했다.


그런데, 장루장애는? 처음 들어 본 사람도 있겠지. 장루는 다른 말로 하면 인공 항문이다. 할머니는 50대 난소암을 겪으며 장루장애가 생겼다.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던 중, 장과 항문을 잇다가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고 해 가족 누군가 내린 결정이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배 한 쪽에 인공 항문을 가진 채로 살아가게 되었다.


비장애인은 음식을 먹고 소화가 되면 소장과 대장에서 영양분, 물을 흡수한다. 그러고 오줌은 방광에, 똥은 항문 앞 직장에 쌓이게 된다. 쌓이다 점점 힘들어지면 배출의 신호가 오고, 그 때 화장실을 가면 된다. 장루환자는 어떨까? 장루는 인공 항문을 달아놓은 거라, 쌓이지 않고 배출된다. 한마디로 내가 배변하고 싶을 때 할 수 없고 시도때도 없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내가 씻다가 나올 수도, 밥을 먹으면서 나올 수도, 산책을 하다가, 잠을 자다가.. 언제든 나온다고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삶의 질이 떨어진다.


장루는 주머니를 찬다. 똥주머니. 항문처럼 생긴 장루 크기에 맞추어 밴드를 자르고 주머니를 결착시킨다. 주머니를 계속 차면 점점 무거워지겠지? 그래서 중간에 버릴 수 있게 밀봉하지 않고 집게로 중간을 막아둔다.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장루 주머니를 비워야 한다. 가끔 그 주머니가 말썽이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변에 물이 많이 섞여 나오는 날이면, 장루 주머니가 무거워지기도 하고 접착 부분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 날에는 옷을 하루에 5번도 더 갈아입어야 한다. 나에게 냄새가 날까봐 가족, 친구 누구도 곁에 두지 않고 오롯이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적어도 우리 할머니는 그랬다.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누구보다 깔끔하다. 할머니 집의 욕실에는 물기가 없다. 목욕을 하고 나면 바닥에 있는 물을 수건으로 싹 닦고 나오신다. 25년간 혼자 사신 할머니의 욕조에는 그 흔한 물곰팡이 하나 없다. 쓰레기는 어떻고. 냄새 난다며 쓰레기봉투는 항상 베란다에 두셨다. 추운 겨울에도 베란다에 나가 냄새나는 쓰레기를 버렸고, 분리배출해야 하는 물건들을 쌓아두는 법이 없었다. 머리카락, 먼지, 휴지 한 조각도 바닥에 굴러다니게 두지 않았다.


이렇게 깔끔한 할머니라서 아직까지도 누군가가 씻겨주는 걸 원하지 않으신다. 목욕하고 하루 종일을 기력이 없이 누워있더라도 본인 스스로 닦고 싶어한다. 이런 할머니에게 장루장애라니.


그렇지만 할머니는 항상 고마워하신다. 집에서 맛있는 된장찌개에 밥을 드시면서 고맙다고 하시고, 샤인머스켓을 따서 씻어드려도 고맙다고 하신다. 방이 따뜻해서 잠을 잘 잤다며 고맙다고 하시고 덕분에 편하게 다닌다며 운전하는 남편에게도 고맙다고 하신다.


나는 할머니가 장루장애 5급이어도, 말기암 판정을 받았어도 소소한 행복에 웃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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