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
나 인제 당분간은 이런데 못 오겠지?
애 키우고 또 오면 되지! 아님 남편에게 지금처럼 맡기고 또 오자!
22. 나는 우리 가족이 이런 부족의 정서 상태를 조금이나마 가지길 바랐다. 가족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기능하게 만드는 소비의 주체로서가 아니라, 이런 사회가 주지 못하는 원시적 부족민으로서의 소속감을 제공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부모는 성실히 부양의 의무를 다하고, 아이들은 미래의 경쟁력을 위해 공부함으로써 은혜를 갚는 '거래'의 형태가 아니라, 자유로우나 충성스러운 원주민과 같은 공동체 말이다.
48. 내가 새로 만드는 가족도 이런 식의 느슨한 관계이기를 바랐다. 나는 아이를 낳아 또다시 핵가족을 만들기 위해 결혼했는데, 행복해지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서로에게 더 나아지거나, 더 채우거나, 더 좋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 없이 관계가 저절로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이해만으로 가족을 지탱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행복을 구하지 않고, 의무도 없으며, 더 발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그냥 현재의 나로도 충분한 관계가 가능할지 궁금했다.
50. 지금까지의 가족이 더 많은 재산을 모으고 더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면, 앞으로의 가족은 (여전히 존재한다면) 더 발전하지 않고 지금 그대로여도 괜찮다고 서로에게 말해주는 관계여야 할 것이다.
_<오히려 최첨단 가족>(박혜윤) 앞의 숫자는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