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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강철저 May 30. 2022

사람들은 좋은 꿈을 꾸면 로또를 사지만

나는 기다린다

2017년 5월 그 해에 대통령이 되신 분과 만나 악수를 하는 꿈을 꿨다.

아침에 일어나서 너무나 생생한 꿈이길래 로또를 사려다가 혹시나 하고 기다렸다.

   

임신이었다. 대통령과 악수한 꿈이 바로 첫째의 태몽이었다.   

내가 그때 로또를 안 사고 망설인 것은 임신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함부로 로또가 돼서 임신이라는 행운을 못 만날까 봐 좋은 꿈을 꾸고도 로또를 사지 못했다.


두 해가 지나고 어마어마한 똥꿈을 꾸고 나는 또 혹시나 하며 로또를 안 사고 버텼다.   

그 꿈이 바로 아들 쌍둥이의 태몽이었다.


그렇게 행운을 날리지 않으려고 로또를 사지 않고 버텼던 꿈들 덕에 로또보다 더 소중한 아이들을 만났다.


어젯밤 나는 좋은 꿈을 또 꾸었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로또 판매점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로또를 안 사고 버티고 있다.

임신을 바라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셋이면 충분하다)


나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로또 당첨 급의 행운이 필요하다.

금전적인 행운과는 비교가 안 되는 나만의 꿈이 있기 때문에 로또로 그 행운을 날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좋은 꿈을 꿨다고 해서 함부로 로또를 사지 않는다.


좋은 꿈은 그것을 그저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미래에 일어날 행운을 기대할 수 있다.

마치 토요일까지 당첨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즐거운 상상들로 버티는 로또 구매자들처럼.


나는 언젠가 꿈이 이루어지는 날을 기다리며, 이렇게 좋은 꿈을 꿨으니 언젠가 나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슴 깊이 품으며 오늘 하루를 즐거이 보내고 있다.


좋은 꿈을 로또로 소비하지 않고 간직한 채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을 키워가기로 하면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졌다. 그것은 종류가 다른 행복감이었다. 남이 줄 수 없는 것이자 돈으로 살수도 없고 결과를 알지 못하더라도 과정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나 사회에서의 체면이나 위신과 상관없는 나만의 꿈을 간직한 채 사는 삶은 잔잔한 행복감을 선물로 주었다. 이러한 선물을 누리면서 어떤 생각이 나의 머릿속에 두둥실 떠올랐다.


인생에서 중요한 깨달음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다.  


어느 날 오후 평소처럼 화장실에서 이를 닦다가 거울을 보며 나는 외쳤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나다.



유레카! 도 아니고...    

혼자 이 말을 여러 번 곱씹다 보니 결국은 이 뜻이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여야 한다.


불현듯 깨달은 이 말을 스스로 여러 번 되뇌어보았다.


아름드리 큰 나무가 온갖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땅에 스스로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의 행복을 책임지는 것이 남이 아닌 나여야만, 스스로 뿌리를 내려야만 어떤 고난에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춰 사는 삶은 온전한 나의 삶이 아니다. 누군가의 호의에만 나의 행복이 결정된다면 그것은 냉정하게 말해 나의 삶이 아니라, 호의를 베풀어주는 사람의 것이다.


부모의 기대에 맞춰 사는 삶은 부모의 부속품으로 사는 삶이고

배우자의 기대에만 맞춰 사는 삶은 배우자의 부속품으로 사는 삶이며

자식의 기대에만 끌려다는 삶은 자식의 부속품으로 사는 삶이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맞추지 못했을 때 실망할까 봐 두려워하고, 온전한 나만의 모습으로는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해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관계는 건강할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의 기대에 맞춰 살아야만 나중에 남을 원망하지 않게 된다. 남에게 실망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건강하게 두 발로 서서 관계를 맺어야만 그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는 '나만의 북소리에 맞추는 삶'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남의 기대에 맞춰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기준으로 사는 삶을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나만의 북소리에 맞춰 한발짝씩 걸어가는 삶을 살고 싶다.

내면에 귀 기울이고 나의 행복을 남이 아닌 온전히 내 손으로 책임지는 삶. 그것만이 나의 삶이다.   


남이 내게 무언가를 해주어야만 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스스로 일으켜 세우고 나아갈 수 있어야 나의 삶다.

 

불교에서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깨닫는 것을 '돈오'라고 한다고 했다. 돈오로만 끝이 아니고 그러한 깨달음을 꾸준히 실천하는 '점수'를 통해서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돈오점수'가 하나의 세트다. 나도 앞으로의 일상에서 이 깨달음을 실천하려고 한다.


로또로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꿈을 갖고 매일의 일상에서 나만의 뿌리를 내리는 삶.

다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행복은 스스로 일구는 삶.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매일의 의식을 통해 실천할 수 있다.


내가 먼저 그러한 주체적인 삶을 살아봐야 아이들에게도 그런 독립된 삶을 응원할 수 있다.

언젠가 아이들이 가정에서 독립을 할 때의 나를 생각한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은 남이 아니라 나다. 나의 행복을 책임질 사람도 나다.

나의 행복을 부모에게도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기대지 않고 오직 나 자신에게서 구해야 한다.

로또 없이도,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기대 없이도, 스스로 행복한 삶을 꾸려갈 의무가 내게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룰 수 없을 만큼의 큰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나아간다.   

로또랑 비교도 안되게 큰 행운이 필요한 꿈을 간직하며 하루하루 꾸준히 정진하는 것이 나만의 북소리에 맞춰 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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